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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단계서 ‘급상승-급하강’ 변칙 비행… 김정은 “위력에 만족”

입력 | 2019-07-27 03:00:00

[北 신형 탄도미사일 도발]한미 요격체계 흔드는 北미사일




군 당국이 북한의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KN-23) 발사 하루 뒤인 26일 사거리를 대폭 수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탐지 실패와 요격 한계를 자인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군 발표에 따르면 25일 함남 호도반도에서 발사된 신형 SRBM 2발은 북동쪽으로 600여 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떨어졌다. 전날 발표한 430여 km, 690여 km의 사거리에서 90∼170여 km의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군은 사거리 정정 이유로 한국 방어에 특화된 레이더 탐지 능력과 러시아의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신형 SRBM의 비행 특성 등을 내세웠다. 지구의 곡률(曲率) 때문에 먼 곳의 미사일을 레이더가 추적하는 과정에서 ‘탐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북한의 신형 SRBM은 하강 단계에서 요격을 피하는 ‘풀업(Pull-up·급상승) 기동’을 해서 추적하기가 더 힘들었다는 것이다. 군이 북한 신형 SRBM의 풀업 기동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군은 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따라 일본과 비행궤적 정보를 교환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가 파악한 상승 단계의 궤적을, 일본은 위성과 레이더 등으로 포착한 최종 낙하단계의 궤적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남쪽으로 쏘는 대부분의 탄도미사일을 포착 및 탐지, 요격이 가능하다”면서 사거리 정정이 ‘탐지 실패’라는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앞서 북한이 5월 4일(1, 2발)과 5월 9일(2발)에 유사한 SRBM을 쐈을 때 군은 사거리를 270∼420km로 콕 찍어 발표했다. 추가 수정이나 정정도 없었다. 이번에도 당시와 유사한 비행 패턴을 보인 걸로 알려진 신형 SRBM을 놓친 것은 우리 군의 대응 태세에 중대한 허점이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신형 SRBM의 요격 회피 능력을 최대치로 실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통상 탄도미사일은 정점 고도를 지난 뒤 중력에 따라 자유낙하하면서 일정한 포물선 궤적을 그린다. 이 때문에 레이더로 탄착 지점을 예측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과 같은 요격미사일로 격추하기가 용이하다.

하지만 북한의 신형 SRBM은 낙하 단계에서 추력 및 방향 제어용 소형 추진기로 급상승과 급하강을 반복하면서 비행 궤적을 수시로 바꿀 수 있다. 그만큼 사거리가 늘어나고, 탄착 지점도 예측하기 힘들다. ‘방어하기 쉽지 않을 전술유도탄의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 궤도의 특성’이라는 북한의 26일 발표 내용이 바로 이 같은 ‘풀업 기동’을 의미한다.

더욱이 신형 SRBM의 정점 고도(50여 km)는 스커드 등 다른 SRBM의 절반 이하여서 탐지와 추적이 힘들고, 요격 대응 시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방어하기 쉽지 않을 전술유도탄의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 궤도의 특성과 그 전투적 위력에 대해 직접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게 된 것을 만족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번 위력시위 사격이 목적한 대로 겨냥한 일부 세력들에게 해당한 불안과 고민을 충분히 심어줬을 것이다’라는 북한의 발표는 한미 요격 수단으론 신형 SRBM을 잡을 수 없다는 경고”라고 말했다.

사거리도 의미심장하다. 신형 SRBM이 날아간 600여 km를 남쪽으로 틀면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탄두 무게를 줄이고, 추진체를 개조하면 700km 이상 까지 늘어날 수 있다. 군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변칙 비행’으로 한미 요격망을 뚫고 핵타격을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탄도미사일’의 최종 점검을 한 걸로 봐야 한다”며 “스커드 등 구형 SRBM을 신형 SRBM으로 서둘러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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