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희토류 수출 지연 벌어진 중일 갈등 닮아 자민당서 시작했던 ‘원소전략 프로젝트’ 민주당서 종합대책 발전해 최종 日의 승리로 정권 바뀔 때마다 정책 뒤집는 韓과 대비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2010년 9월 7일 센카쿠(尖閣) 열도에서 중국인 선장이 일본 해경에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지연됐다. 중국인 선장 체포에 대한 보복으로 여긴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고 항의했고, 중국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라고 응수했다. 올해 7월,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응수하고 있는 것과 많이 닮았다.
2010년은 중국이 G3(주요 3개국)에서 G2로 도약하던 해였다. 2018년 일본 경제는 완전고용을 달성했다. 대담한 도발 이면에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도 닮은 점이다. 희토류의 일부 광물은 일본 경제의 버팀목인 첨단 자동차 생산에 필수 불가결한 소재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경제의 기간인 반도체 산업을 타깃으로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일본은 단기적으로는 희토류 공급 확보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다. 상사 소지쓰는 2010년 11월 일본 정부 기구인 JOGMEC와 공동으로 2억5000만 달러를 호주 희토류 생산업체 라이너스에 출자했다. JOGMEC의 출자금은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희토류 종합대책’ 예산 1000억 엔의 일부였다. 희토류 분쟁이 있었던 것이 9월, 경제산업성의 대책 발표가 10월, 라이너스에 대한 출자가 11월에 이뤄졌다.
2012년 4월, 일본 대기업 히타치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산업용 모터를 개발했다. 2015년 경제산업성의 보고서에 의하면 희토류 사용량 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기업에서 상업적 진척이 있었다. 기술 개발이 이렇듯 신속히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이미 2007년부터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문부과학성이 2007년에 착수한 ‘원소전략 프로젝트’다. 20여 개 대학과 기업이 참가한 이 프로젝트에서 대체 재료에 대한 연구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고, 2010년 이후 희토류 대체 재료 개발에 그 연구 성과가 응용됐다. 2012년 3월에는 미국, 유럽연합(EU)과 함께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WTO에 제소했고, 2014년 8월 중국의 규제가 WTO 협정 위반이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희토류 분쟁은 결국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가 2009년 86%에서 2015년에는 55%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의 희토류 업계는 2014년 적자를 냈다. 희토류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WTO에서 패소한 중국 정부는 2015년 1월 희토류 수출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일본 기업은 2010년의 충격을 잊지 않고 지금도 희토류 수요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8년 2월 도요타자동차는 희토류 사용량을 반으로 줄인 자석의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 정책은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된다. 원소전략 프로젝트는 자민당 정권에서 시작됐고, 희토류 종합대책은 민주당 정권에서 세웠다. 민주당 정권에서 시작된 희토류 관련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사후 평가서는 2015년 자민당 정권하에서 작성됐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국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부 정책이 원점에서 새로 출발한다. 이전 정부의 정책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후 평가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9년 한국에서도 기초소재산업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2년 새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2019년의 소동을 기억하고 있을까?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