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과 경기 끝내 출전 안해… ‘최소 45분 뛴다’ 계약 안 지켜 “30만 원 내고 왔는데 이럴 수가”… 관중 환호성 점점 야유로 변해 입국 지연돼 1시간 늦게 시작도
벤치서 물만 벌컥벌컥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운데)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선발팀과 유벤투스(이탈리아)의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 호날두는 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소속으로 FC서울과 경기를 치른 뒤 12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축구팬 박선우 씨(35)는 격앙된 표정을 지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세계적 축구스타인 호날두는 한국 팬들을 외면했다. 대회 주최사의 미숙한 운영과 유벤투스 측의 불성실한 태도에 한국 팬들의 마음에 상처만 남았다.
유벤투스(이탈리아)와 K리그 올스타의 친선경기가 열린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하지만 출발부터 불안했다. 입국 시간이 지연된 데다 팬 미팅 행사에 교통 체증까지 겹치면서 유벤투스는 킥오프 예정 시간인 오후 8시까지 경기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통상 K리그에서는 각 팀이 90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해 몸을 푼다. 유벤투스 선수들을 태운 버스는 오후 8시 15분에 경기장에 도착했고 경기는 8시 58분에야 시작됐다.
호날두가 비선발 선수를 의미하는 녹색 조끼를 입고 그라운드에 등장하자 관중석이 크게 술렁였다. 6만 명이 넘는 팬들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었다. 벤치에 앉은 호날두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올 때마다 경기장은 록 콘서트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전이 되어서도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자 환호는 어느새 야유로 변했다. 갑작스러운 야유에 호날두는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팬들은 유벤투스의 선수 교체가 있을 때마다 “호날두”를 외치며 출전을 요구했다. 교체선수 제한도 없는 친선경기였다.
하지만 호날두는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않자 한국 팬들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호날두의 라이벌)”를 연호하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호날두는 경기 후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면서 한국 취재진에게 “왜 출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호날두는 아무런 대답 없이 한국 기자들을 노려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유벤투스를 상대로 K리그 올스타는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쳤다. 먼저 포문을 연 팀은 K리그 올스타였다. 오스마르(FC서울)는 전반 7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상대 볼을 빼앗은 뒤 질주를 시작해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일격을 당한 유벤투스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전반 8분 시모네 무라토레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팀 K리그는 전반 44분 세징야(대구)가 오른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펄쩍 뛰어올라 360도를 돈 뒤 두 팔을 쭉 뻗으며 내려오는 호날두의 고유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른바 ‘호우 세리머니’다. 벤치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호날두는 팔짱을 낀 채 웃음을 보였다. 전반전이 끝난 후 세징야와 호날두는 악수를 나눴다.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이원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