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인형 탈 쓰고 안무·기념촬영으로 분위기 유도
“10분 공연에 땀 범벅이 되고 진이 빠지지만 손 흔들며 반겨주는 관중을 만나면 힘이 납니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흥행의 주역인 공식 마스코트 ‘수리’와 ‘달이’.
주요 경기장에선 K-POP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관중·선수단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수리’와 ‘달이’를 만날 수 있다.
경영·다이빙·수구·하이다이빙 경기장에서 만나는 ‘수리’와 ‘달이’는 모두 김 씨와 문 씨다.
이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10분 단위로 일정을 짜 경기장을 차례로 돈다. 마스코트 인형 탈을 쓰고 치어리더와 합동 공연을 펼친다. 쉬는 시간에도 탈을 잠시 벗을 틈도 없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관중·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 추억을 선사한다.
낮 최고기온이 32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여름에 가만히 입고만 있어도 더운 탈 안에서 이들은 하루 최대 5개의 공연을 펼친다. 댄스캠 이벤트(가장 멋진 춤을 보인 관중에 선물 전달) 분위기 유도도 이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역할이다.
탈 무게와 부피에도 불구하고 수준급 안무를 선보이는 김 씨와 문 씨는 사실 경력 10년 안팎의 전문댄서다. 둘의 만남도 한 공연 기획사에서 시작됐다.
김 씨는 지난 26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하이다이빙·수구 경기장은 햇볕을 가려줄 지붕이 없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금세 진이 빠진다”면서 “탈을 쓰고 있는 느낌은 더운 날씨에 겨울 외투 2겹을 입은 것과 비슷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번 대회기간 중 문씨는 체중이 3㎏이나 줄어 그동안의 고생을 짐작케 했다. 힘든 만큼 이들이 느끼는 보람과 자긍심도 크다.
김 씨는 잊지 못할 일화로 여자 수구대표팀과의 기념 촬영을 꼽으며 “보통은 관람석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데 투혼과 감동의 경기를 마친 어린 선수들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요청해 거절할 수 없었다. 활짝 웃는 선수들을 보며 흐뭇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덥고 습한 날씨와 누적되는 피로에 광주와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대회 성공을 이끈다는 긍지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