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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차 보복’ 앞두고 긴장 확산…美 중재 움직임 주목

입력 | 2019-07-28 07:17:00


일본이 이달 초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 수출 규제를 단행한데 이어 다음 달 초 2차적인 경제 보복 조치를 결정한다. 일본이 수출심사 때 우대를 해주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빼겠다는 계획인데 한일 갈등의 긴장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8일 관계부처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다음달 2일 내각회의에서 15년 이상 화이트리스트로 인정해 오던 한국을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6일 “(일본)정부가 다음달 2일 열리는 각의에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다. 8월 말에 시행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요미우리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일 뿐 일본 정부가 방침을 확정한 것은 아니어서 실제 이날 개정안 심의 단계를 밟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촉발시킨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둘러싸고 한일 양국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어서 ‘확전’ 가능성은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지난 4일 시행한 반도체 소재부품 3종 외에 수출 규제 품목이 대폭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식료품이나 목재를 제외한 거의 전 품목(1100여개)이 대상에 오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2차 보복은 한국의 신(新)성장동력산업 균열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2차전지, 미래자동차, 정보통신 부품 등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며 “우리 신성장산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두고 정부가 즉각 철회를 촉구하면서도 정면 돌파 의지를 굽히지 않는 상황이지만 2차 보복 조치 시행을 앞두고 우리 당국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WTO 일반이사회에서 정부는 이례적으로 실장급 고위 관료를 수석대표로 파견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강하게 비판했고, 우리 입장에 공감할 수 있는 우호국 확보에 주력했다.

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을 잇따라 미국에 보내 일본의 조치로 미국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분업구조)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미 주요 인사들에게 전달하며 미국의 공조를 이끄는데 주력했다.

유의미한 결과도 수확했다. 유명희 본부장은 퀄컴, 애플, 구글 등 세계 IT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속한 미국의 6개 전자업계 단체들과 만난 후 한일 갈등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한일 양국에 보내도록 이끌었다.

이들 전자업계는 한일 양국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일본 수출 규제를 ‘불투명하고 일방적(Non-transparent and unilateral) 정책 변경’이라고 규정하면서 일본의 조치를 비판했다.

유 본부장은 윌버 로스(Wilbur Ross) 미 상무장관과 면담에서 일본 측 조치가 철회될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요청했고, 로스 장관은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에 공감하며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대답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최근 ‘미국만이 한국과 일본을 말릴 수 있다’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하고 한일 갈등을 방치할 경우 미국의 이해관계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 9월 열리는 유엔(UN)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주선 등 적극적 중재 역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는 국제회의는 9월 유엔 총회 외에 10월 말 열리는 아세안(ASEA) 정상회의, 11월 중순에 예정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남아 있다.

이에 앞서 다음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 장관회담에서 한미일 3국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나오면서 한일 갈등 해결에 미국이 적극 나설지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통상학계 한 인사는 “한일 갈등이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촉발이 됐고 양국 모두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영향력이 큰 미국의 중재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미 트럼프 정부의 톱다운 방식에 의한 중재가 현재로선 최선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