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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선진국에는 없는 주휴수당, 폐지 검토해야

입력 | 2019-07-29 00:00:00


최저임금 인상 등을 계기로 폐지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주휴수당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처음으로 운영실태와 사업자 부담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주일마다 하루 유급휴일을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 5일을 근무해도 6일 치 임금을 줘야 하는 것이다.

최근 최저임금이 급속히 오르면서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든지, 아니면 없애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8350원)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 최저임금’은 1만30원으로 이미 1만 원을 넘었다. 2년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주휴수당도 오르자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알바’를 늘리는 편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1953년 근로기준법에 도입된 주휴수당은 당시 휴일도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하며 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에게 일종의 사회보장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5일 근무를 실시하는 등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주휴수당 제도를 가진 나라는 스페인 터키 멕시코 등 5개국에 불과하다.

게다가 주휴수당은 산업현장에서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많은 논란과 혼선을 불러왔다. 대법원 판례들은 유급휴일을 실제 일한 시간에 합산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2015년 대법원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회사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이 회사 직원들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다며 대표를 고소했지만, 법원은 실제 근로시간만 계산하면 최저임금 시급을 초과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말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주휴시간도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포함시키도록 명시했다.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계기로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대법원 판례에 맞춰 주휴수당을 폐지하는 것이 옳다. ‘기존 임금을 줄이면 안 된다’는 단서를 넣어 유예기간을 거친다면 근로자들의 반발이나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만들기 쉬운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연공서열을 직무급으로 바꾸는 등 임금체계를 선진적으로 개편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