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평오 KOTRA 사장
‘그대,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다. 다소 늦더라도, 그대의 계절이 오면 여느 꽃 못지않은 화려한 기개를 뽐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고개를 들라. 그대의 계절을 준비하라.’ ―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소설가 우보 민태원 선생은 ‘청춘예찬’에서 청춘을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고 했다. 그가 이 글을 쓴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이었다. 나라를 잃고 국민 모두가 절망의 나락에 빠진 그 시대에도 인생의 황금기라 예찬했던 청춘이지만 ‘N포 세대’로 불리는 요즘 청년들에겐 이 청춘예찬이 공허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의 삶은 힘겹다. 지난해 4월 어느 봄날, 해외취업설명회장의 강단에서 1300여 명의 청년들에게 내가 건넨 첫마디는 “청년 여러분, 미안합니다”였다. 몇 년 전 취업 때문에 고생한 딸의 눈빛과 똑같은 간절함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우리 조상들이 향촌사회에서 지켜왔던 덕목 중 하나인 환난상휼(患難相恤)은 ‘어려울 때 서로 돕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웃의 아픔을 제 것처럼 느끼고 함께했던 우리 민족의 전통은 나라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꾸준히 재현됐다. 달라진 사회 진출 환경으로 인해 청년들이 겪는 심적 고뇌와 좌절을 이해하고,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모두가 시대적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 노력해야 할 때다. 나도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조언을 건네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을 청춘에게 ‘꽃은 저마다 피는 계절이 다르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청년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아직 피어나지 않은 훌륭한 꽃임을 깨닫고 그들만의 계절을 준비하여 다가올 기회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꽃들이 피기도 전에 시들지 않도록 풍부한 물과 햇빛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에 주어진 과제다.
권평오 KOTRA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