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겨냥 가공할 미사일에도 침묵… 짝사랑 넘어 ‘북한 중독’ 아닌가 서독, 동독 지원 원칙은 ‘상호주의’… 변화 유도하고 주변 외교로 統一 대북 집착, 韓美·韓日관계 말아먹나
박제균 논설주간
북한이 25일 발사한 미사일 두 발은 우리에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훨씬 가공할 위협이다. 사거리가 딱 한국만을 겨냥했을뿐더러 김정은은 아예 남측에 대한 ‘경고’라는 딱지까지 붙여 날려 보냈다. 무엇보다 우리 군 당국이 탐지-추적-탄착점 예측에 모두 실패했을 만큼 최신형 무기다. 핵탄두 탑재 가능한 탄도미사일이어서 유사시 동쪽이 아니라 남쪽을 겨냥한다면…. 긴 말이 필요 없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는 숨죽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한쪽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려버릴 하나 마나 한 논평을 냈을 뿐이다. 김정은이 ‘남조선 당국자’ 운운하며 문 대통령을 향해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음에도 말이다.
직전 북한은 국내산 쌀 5만 t 수령마저 거부했다. 직접 지원보다 북한 자존심이 덜 상하도록 세계식량계획(WFP) 포대에 넣어 ‘포대갈이’까지 했건만, 야멸차게 걷어찼다. “남북 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깽판’을 쳐도 괜찮다”고 공언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도 더 남북관계에 올인(다걸기)해온 문 대통령. 북한과 김정은을 향한 집착이 안쓰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짝사랑이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그래서 대표적 성공 사례부터 볼 필요가 있다. 평화적으로 결혼(통일)에 골인한 나라 독일이다.
1971년 동서독 교통협정 이후 서독 정부는 1990년 통일 때까지 19년간 20억 달러가량을 동독에 지원했다. 그러면서 일관성 있게 지킨 제1의 원칙은 상호주의였다. 지원 건수마다 동독의 제도나 동독인의 인권 개선, 동서독 인적교류 확대와 동독 정치범의 서독행, 동독인의 서독방송 청취 허용 같은 조건을 달았다.
서독은 통일을 서두르지 않았다. 동독인 삶의 향상을 목표로 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동독의 내부 변화를 유도했다. 그 결과 동독의 체제가 더 이상 내부 변화를 담을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자 통일이 터진 것이다. 이를 위해 서독은 말 그대로 가성비 높게 돈을 썼다.
우리는 어떤가. 현금으로 환산하면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서독이 19년간 동독에 지원한 '액수의 절반가량을 북한에 줬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그 두 배가까이를 북한에 퍼줬다. 그 돈은 다 어디로 갔나. 북한의 핵·미사일 무기고만 불려준 것 아닌가.
그런데 이 정부는 북쪽만 바라보다 한미 한일 한중 관계를 말아먹고 있다. 이젠 가만히 있던 러시아마저 대담하게도 우리 영공을 침범하며 한반도 밥상에 숟가락을 들이밀고 있다. 북한도 무턱대고 자신들에게만 들이대는 남측이 우습게 보이지 않겠나. 북한에 올인하다 되레 남북관계가 망가지는 형국이다.
현 정권은 집권 2년이 넘도록 똑같은 방식으로 북한의 문을 두드렸다. 그래도 북한이 계속 불청객 취급을 한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처음부터 대북·외교 정책의 설계가 잘못된 건지, 정책을 수행하는 당국자들이 무능한 건지, 정책이 어그러졌음에도 잘못을 인정 않으려는 확증편향에 빠진 건지, 아니면 이들 모두에 해당하는지…. 하기야 이 정부가 쏘는 정책의 화살이 터무니없이 빗나가 엉뚱한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어디 외교안보뿐인가. 이제 그만하면 충분하다. 멈추고 돌아볼 때도 됐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