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워스트 드레서’ 단골손님인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의 특이한 조깅 패션. 사진 출처 더텔레그래프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I thought it was a picture of Margaret Rutherford.”
요즘 유행하는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과체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티셔츠에 잠옷 같은 반바지, 머리에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모자. 존슨 총리의 조깅 패션입니다. 한 패션 전문가는 “나는 마거릿 러더퍼드인 줄 알았어”라고 정색하며 말합니다. 마거릿 러더퍼드는 1960년대 유명했던 영국 여배우인데요. 존슨 총리의 꼴불견 패션을 비꼬려고 시침 뚝 떼고 이미 사망한 할머니 여배우와 비교하는 거죠.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매체 가디언의 칼럼 제목입니다. ‘crown’은 ‘권력을 잡다(왕관을 쓰다)’라는 뜻이고, ‘clown’은 ‘광대’를 말합니다. 광대는 자기 생각이 없이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서 웃음거리가 되는 존재입니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를 브렉시티어(Brexiteer·브렉시트 찬성파)에 끌려다니는 광대라고 비유합니다. 그런 광대가 왕관을 썼습니다. 서구 문화에서 어릿광대는 섬뜩한 존재입니다. 광대가 힘을 얻으면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존슨 총리가 권력을 잡으면서 영국이 지옥에 떨어지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We’ll just see even less of him here.”
의원 출신인 존슨 총리의 지역구는 런던 근교의 억스브리지 앤드 사우스라이슬립이라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는 이곳에서 영 인기가 없습니다. 전국구 정치인이다 보니 지역구 사정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자기 지역 정치인이 총리가 됐다면 “경사 났네” 하면서 기뻐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인데요. 이 지역 주민들에게 소감을 묻자 퉁명스럽게 답합니다. “(총리가 됐으니) 이곳에는 더 코빼기도 비치지 않겠네.” 감정 표현에 약한 영국인들은 이렇게 속마음을 감춥니다. 이런 식의 유머를 ‘드라이(건조한) 유머’라고 합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