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클럽 붕괴’ 빛나는 시민의식
27일 오전 2시 40분경. 광주 서구 치평동의 C클럽. 무너져 내린 ‘불법 증축 복층 구조물’을 남녀 40여 명이 온 힘을 다해 떠받치고 있었다. 8명은 이 클럽의 종업원이었고 나머지는 클럽을 찾은 손님들이었다. 육중한 구조물을 떠받치고 있던 이들 중에는 여성 손님도 있었고 12일 개막한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참가차 한국을 찾은 외국인 선수들도 있었다. 이들은 구조물 아래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던 부상자 4명을 구조했다. 구조물에 깔려 있던 최모 씨(38)와 오모 씨(27)도 빼냈다. 하지만 최 씨는 숨진 상태였다. 오 씨에게는 누군가가 심폐소생술을 했다. 오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던 상황을 직접 목격한 이 클럽 종업원 김모 씨(25)는 “복층 구조물 위에 있던 외국인들이 자기들도 추락하면서 상처를 입었지만 털고 일어나 무거운 구조물을 떠받쳤다”며 “구조물을 들어 올리려 했던 사람들 중에 20여 명은 외국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외국인들이 복층 구조물을 들어 올리는 데 힘을 보태지 않았더라면 피해가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 씨 자신도 맨손으로 복층 구조물을 떠받쳤다. 그는 “무너진 구조물이 워낙 무거웠다. 온몸이 아팠지만 꾹 참았다”며 “사고 수습이 끝난 뒤 온몸이 쑤셔 확인해 보니 오른쪽 등과 팔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긴박한 구조 27일 새벽 복층 구조물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의 C클럽에서 종업원과 손님들이 힘을 합쳐 구조물을 떠받치고 있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클럽에 있던 남녀 40여 명은 20여 분 동안 붕괴 구조물을 서너 차례 이상 들어올리며 구조물 아래에 있던 사람들을 구했다. 독자 제공
이번 사고로 숨진 오 씨는 올해 한 공사에 취업한 신입사원이었다.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오 씨의 어머니는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두 번이나 정신을 잃고 쓰러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오 씨의 유족들은 “젊은 아이가 어이없는 인재로 이렇게 희생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 씨의 빈소를 찾은 직장 상사(55)는 “사무실 막내로 회사에 잘 적응해 가면서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