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새벽 북한이 기습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은 4월 2차례 북한의 ‘도발’ 때와는 좀 달랐습니다. 당시 우리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판단을 미뤘고 ‘불상의 발사체’라는 매우 모호한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 미사일에 대해 ‘단도’ 미사일이라고 발음해 많은 설왕설래를 낳기도 했습니다. 탄도 미사일을 잘못 말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정부에서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하려다 말이 잘못 나온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림 1.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판단을 미루며 ‘불상의 발사체’라고 하자 네티즌들이 만들어 낸 패러디 물. (왼쪽 사진) ‘단도’ 미사일이라는 발음 실수에 착안해 단도가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신속하게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라는 판단을 내놨습니다. 미군과의 긴밀한 정보교류를 통해 탄도 미사일이라는 판단을 했고, 일본 측과도 사거리 측정 등에 대해 안보협력을 했다는 설명도 했습니다.
그림 2. 군 합동참모본부 측이 내놓은 북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비행특징.
가장 큰 차이점은 비행궤적입니다. 보통의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의 궤적을 그리게 되는데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KN-23은 발사 뒤 50km까지 올라간 뒤 하강단계에서 다른 궤적을 보였다는 겁니다. 하강 단계에서 급상승을 한 뒤 거의 수평에 가까운 비행을 두 차례나 반복(풀 업 기동)했고 마지막 단계에서 목표물을 타격할 때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판단을 내놨습니다.
군 전문가들은 고고도에서는 사드시스템의 요격고도를 피할 수 있고, 저고도에서는 패트리엇 미사일이나 ‘천궁’의 요격고도를 교묘하게 피해 나가는 맞춤형 무기체계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관련 영상 [디브리핑] 청와대의 침묵
김정은 위원장이 새벽 5시가 조금 지난 시간 성공적인 시험발사를 마친 뒤 파안대소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만족감의 표시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심의 일격’을 날리면서 이번 조치는 남한을 향한 경고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또한 대단히 이례적인 일인데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를 만만히 본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도 내치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사상초유의 안보불안 상황에서 북한까지 ‘엄중 경고’ 운운하는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휴가까지 반납한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에 북한이 보내온 송이 버섯에 대한 답례품으로 보낸 감귤 200t을 ‘괴뢰가 보낸 전리품(戰利品)’이라고 언급한 북한의 내부문건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현실을 부정한다고 안보불안이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가의 보도처럼 때가 되면 남측을 향해서 부리는 북한의 몽니가 없어지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지난해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당시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9.19 군사분야합의서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조에서는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금지한다고 돼 있습니다. 야당대표들 입에서는 벌써부터 북한이 군사합의서를 위반한 것이 분명한 만큼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군사분야합의서 어디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것은 ‘팩트’입니다. 하지만 600km 이상을 날아갈 수 있는 신형탄도미사일이 우리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는 점도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한미연합사령부가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며 우리의 방어태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힌 대목입니다. 북한의 미사일이 주한미군부대에 떨어질 가능성이 엄연히 있는데도 말입니다.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부장급·정치학박사 수료)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