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넘나드는 北어선]올해 NLL침범 386건 적발 NLL해역에 오징어 어장 형성, 北어민들 식량난에 국경 넘어와 당국 ‘방송 경고’ 말곤 강력대응 안해… 日은 물대포 쏴 전복시키기도 낙후된 장비 탓 표류하는 경우도
합동참모본부가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어선이 2015, 2016년 NLL을 침범한 횟수는 각각 6건, 8건이었다. 2017년 24건, 지난해 51건으로 점차 늘던 침범 횟수는 올해 386건으로 폭증했다. 합참 관계자는 29일 “올해 동해 오징어 어장이 낮은 수온으로 NLL 해역에 형성된 데다 북한 식량난이 가중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에 따르면 북한 어선의 NLL 침범은 대부분 고기잡이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어민은 하루라도 어획량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하루살이 신세인 경우가 많다”며 “올해 어장이 형성된 NLL 일대에서 국경을 넘는 위험을 감수하며 조업을 한다”고 했다. 북한 어민들은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상에 떠 있는 대형 어류운반선 인근에서 조업을 하고, 이를 바로 운반선에 팔아 중국 화폐인 위안화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후된 장비 탓에 기관 고장이나 항해 착오를 일으켜 NLL을 넘는 사례도 많다. 북한 어선은 대부분 별도 발전기 없이 승용차나 경운기용 배터리 하나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항해 장비와 전등, 무전기 등 모든 전력을 의존해 해상 200km까지 진출한다. 전력을 아끼기 위해 평소 GPS를 꺼놨다가 필요할 때만 잠깐 켜는 경우가 많아 항로를 잃는 사례가 많다는 것.
물론 귀순을 목적으로 NLL을 넘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15일 강원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어선 탑승자 4명 중 1명인 선원 A 씨는 탑승 명부에 다른 사람 이름을 올리고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한국 영화를 보다가 보위부에 적발돼 가혹행위를 당한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탈출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선장을 통해 가짜 이름으로 어선에 탄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귀순을 시도하더라도 삼척항 사건처럼 어선이 남한 영토까지 정박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해상에서 단속된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