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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들끓는…” 거칠어지는 트럼프 입, ‘백인표 결집’ 겨냥 재선 노림수 분석

입력 | 2019-07-30 03:00:00

이번엔 흑인의원 민주 커밍스 공격
“잔인한 불량배” 인종차별 폭언, “역겨운 볼티모어” 지역구도 비하
CNN 흑인앵커 “우리도 미국인” 울먹… 미셸 오바마도 시민 지지 트윗글
막말로 ‘미스 미시간’ 박탈 캐시 주, 트럼프 재선캠프 합류 논란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 28일 양일간 민주당 흑인 중진 하원의원 일라이자 커밍스(68·메릴랜드)와 흑인이 다수인 메릴랜드주 최대도시 볼티모어를 공격해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에 “커밍스는 잔인한 불량배”라며 “그의 지역구 볼티모어는 역겹고 쥐가 들끓는 난장판이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하고 열악한 곳으로 어떤 사람도 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루 뒤 “인종주의자 커밍스가 지역구와 주민에게 에너지를 더 쏟았다면 그의 무능력한 리더십으로 인한 난장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커밍스 의원은 최근 남부 국경지대의 열악한 불법 이민자 수용시설을 두고 행정부를 비판해 대통령의 미움을 샀다. 그가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 자격으로 대통령 장녀 이방카 부부의 이메일 사용 등을 조사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볼티모어는 60만 인구의 62.8%가 흑인(2018년 미 인구조사국 기준)이다. 살인 등 강력범죄율도 미 평균보다 높다. 하지만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부단한 노력으로 최근 ‘매력의 도시(Charm City)’란 애칭도 얻었다. 존스홉킨스대, 로욜라대, 피바디음대 등 한국 유학생이 많은 명문 학교도 많다.

대통령의 원색적 비난에 시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지역 언론 볼티모어선은 ‘쥐 몇 마리가 있는 게 쥐가 되는 것보다 낫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접수한 사람 중 가장 부정직한 인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볼티모어 출신 CNN 흑인 앵커 빅터 블랙웰(38)도 28일 아침 뉴스를 진행하며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곳 사람들은 자신의 도시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또 볼티모어 아이들도 대통령 지지자와 마찬가지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미국인”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감정이 격해져 약 10초간 말을 잇지 못하고 살짝 눈물까지 비쳤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도 트위터에 볼티모어의 춤 경연팀과 함께 춤추는 영상을 올리며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썼다. 소셜미디어에는 볼티모어 시민을 지지하는 ‘#우리가볼티모어(#WeAreBaltimore)’란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에도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 4명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쳐 비판을 받았다. 미 언론은 대통령의 연이은 인종차별 발언이 내년 재선을 위한 ‘고도의 계산’을 담고 있다고 분석한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백인 저소득층 노동자라는 ‘집토끼’를 결집시키기 위해 비판을 감수하며 일부러 막말을 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재선 캠프는 15일 ‘미스 미시간’으로 뽑혔지만 흑인 및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일주일 만에 자격을 박탈당한 중국계 미국인 캐시 주(20)까지 합류시켰다. 주는 과거 “흑인 사망 사고의 대부분이 다른 흑인에 의해 발생한다” “미시간대 교내에 왜 ‘히잡 체험 부스’가 있는지 모르겠다. 억압받는 이슬람 여성을 닮으라는 거냐”고 주장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