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나 A랑 절교했잖아….” A는 한 시절 나의 베스트프렌드여서 친구와도 아는 사이다. “지금 감정은 어때?” “내가 버럭 화내서 끝났고, 그 아이도 답이 없어서 멀어졌는데, 지금은 가끔 같이 놀고 싶어….” “다시 말 걸어! 아티스트가 되라며! 리스크를 감수해야지!” 몇 달 전 내가 친구에게 했던 조언이다. 긴 여행을 끝내면 책을 쓴다기에 지금부터 당장 쓰라고, e메일로 독자를 모아 구독료를 받으며 연재하라고 했다. 그래야 자체 마감도 생기고 생생한 여행기도 나오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친구는 자기 글에 돈 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면서도 자꾸 할까, 해볼까 망설이기에 등을 떠밀었다. 위험을 감수하는 자만이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건 래퍼 스윙스의 유튜브 채널에서 들은 말이다. 래퍼였다가 현재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요사이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이제는 무대 위에서 랩 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고. 그건 자기가 아티스트에서 멀어지고 있는 거라고. 편하단 건 더 이상 예전만큼 위험한 걸 안 한다는 뜻이니까. 진정으로 예술을 한다면 발가벗겨지는 느낌이라던데, 우리 뇌는 우리가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단다. ‘야, 위험한 거 하지 마. 안전하게 살아. 리스크는 최소. 다치면 큰일 나.’ 그렇게 놓쳤던 기회들 얼마나 많을까.
그땐 그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그건 위험을 무릅쓰고 창피함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과 존경심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티스트가 되는 순간, 아슬아슬하고 콩닥콩닥거리면서도 응원하게 되는 마음 말이다. 그의 존재가 발표회의 가장 뜨거운 순간이 될 줄은 그도 선생님도 몰랐을 거다. 우리 관객들만 아는 비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술가들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위험한 짓을 자꾸 하니까. 사람들에게 자꾸 용기를 주니까.
나도 오늘 두려워하는 일 하나 해보려 한다.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