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올바른 훈육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있었다. 엄마는 아이를 교실 복도까지 데려가서 엄청난 실랑이를 벌인 후 가까스로 들여보냈다. 학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곳, 아이가 가고 싶지 않다고 해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이런 사실을 가르쳐야 하는 이도 부모다. 이때 엄마는 “네가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뭔가 불편한 것은 엄마가 알겠어. 그래도 학교는 일단 가야 하지 않겠니? 힘들어도 노력해야 하지 않겠니? 엄마가 없는 게 불안하다면 복도에서 너를 기다리면서 계속 앉아있을게”라고 말해주면 된다. 아이가 선뜻 들어가지 않는다면 “시간을 좀 줄 테니 서두르지 않아도 돼”라면서 기다려줘도 좋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지 않고 “얼른 들어가라니까! 그러니까 엄마가 여기 왔잖아. 너 왜 그래? 옆집 사는 철수도 학교 가지, 네 동생도 유치원 가지. 너만 안 가면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려고 그래?”라고 하면 이것은 잔소리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핵심을 놓쳐 버린다. 아이는 부모가 지금 자기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뭘 가르치려는 것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면 그것은 잔소리다.
부모는 아이의 모든 것을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늘 불안한 것을 잘 안다.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것을 점검하느라 잔소리가 많아지는 것도 안다. 하지만 부모의 말이 훈육이 아니라 잔소리가 되면 아이에게는 소음이 된다.
훈육이 잔소리가 되지 않으려면 부모는 좀 참아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 ‘내가 뭘 가르치려고 하는 건지’를 생각해서 딱 한 가지만 가르쳐야 한다. 자신이 걱정하는 것을 다 말하면 말도 많아지고 자꾸 반복된다. 한번에 한 가지만 말하고 나머지는 버려라. 예를 들어 숙제를 안 하려고 하면 “공부는 1등을 안 해도 되는데 숙제는 해야 되지 않겠니? 이것은 공부가 아니라 책임감이야. 그러니 꼭 해서 가져가야 돼”라고 말하고 숙제를 시키면 된다. 여기에 “너는 자세가 틀렸어. 봐라, 연필도 없네” 식으로 말할 필요 없다. 이런 말은 잔소리다.
자신이 잔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 같다면 아이에게 할 말이 생겼을 때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라.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까?’를 생각한 후 정리해서 말하면 말투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따다다다’ 말이 나간다. 이렇게 되면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듯 감정이 점점 고조되면서 말을 하는 동안 목소리도 커지고 흥분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변화를 알지 못한다. 아이는 부모가 흥분해서 따다다다 말을 시작하면 ‘또 시작이네’ 하면서 귀를 닫아 버린다. 딴생각을 하면서 건성으로 “아, 네” 하고 대답만 하고 만다. 결국,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