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구글 크롬의 새 버전이 한국시간으로 31일부터 배포된다. 이전과 비교해 가장 큰 변화는 크롬 브라우저의 특별한 기능 중 하나인 ‘시크릿(비밀) 모드’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시크릿 모드는 크롬 이용자가 인터넷 사용의 ‘발자국’이라고 할 수 있는 웹사이트 활동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기능이다. IT업계에서는 거대 인터넷 기업들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활용에 철퇴가 내려지는 분위기 속에서 구글이 이용자 편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구글에 따르면 크롬 브라우저의 새 버전(크롬 76)에서는 이용자가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웹사이트가 확인하지 못하도록 수정된다. 이와 함께 사용자의 브라우저 활동기록의 저장기간을 직접 선택해 설정한 기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도록 했다.
인터넷 브라우저의 활동기록은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이 개별 소비자의 수요를 쉽게 분석할 수 있는 도구로 쓰여 왔다. 방문한 사이트, 열람한 정보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제품)가 뭔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정보 활용이 소비자의 이익이 아닌 기업의 수익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활용돼왔다는 점이다.
가령 여행상품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특정 날짜를 고정시킨 채 비행기와 호텔을 찾는 것으로 파악되는 이용자에게 실제 전체 수요에 상관없이 해당 날짜에만 상대적으로 높은 티켓 가격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수요가 많아서 가격이 비싼 걸로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남긴 웹사이트 발자국 때문에 ‘비싸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업체에 알리게 되면서 바가지를 당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행상품 검색 시 웹사이트 활동기록이 저장되지 않는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상대 업체에 자신의 정보를 감추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업체들은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는 지 여부를 파악해 웹사이트 사용에 눈에 띄지 않는 제한을 두는 식으로 대응한다.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같은 언론사 웹사이트들은 이 기능을 통해 유료구독자가 아닌 이용자의 기사 열람 건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새 크롬 브라우저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들의 이 같은 ‘이용자 무장해제’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자동으로 삭제되는 기능을 통해 이용자의 발자국 데이터가 쌓여 본인도 모르게 자신에 대한 정보를 과다하게 노출하게 되는 위험도 방지한다.
키스 엔라이트 구글 최고개인정보보호 책임자(CPO)는 “구글의 경험상 더 오랫동안 더 많은 데이터를 보관했을 때 고객 맞춤화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지만 모든 건 유저(사용자)가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연내 크롬 브라우저뿐만 아니라 구글맵(지도)과 검색 서비스 등에도 시크릿 모드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황태호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