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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옳다는 식의 전북도교육감[현장에서/최예나]

입력 | 2019-07-31 03:00:00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오른쪽)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동아일보DB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상산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부동의’와 관련해 교육부를 비판하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부 발표 당일 연가를 낸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비판을 이어가다가 30일에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작심한 듯 쏟아냈다.

“이런 문제를 교육부 자체적으로 또는 장관 단독으로 결정했겠느냐 하는 거다. 이것(부동의)이 순수하게 교육부가 말한 것처럼 법적인 문제에 불과하냐는 것이다. 저는 아니라고 본다.”

김 교육감은 총리나 대통령 등 ‘더 높은 사람들’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교육부가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해놓고 뒤에 가서 다른 것을 하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상산고에 대한 전북교육청 평가지표가 교육감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해 위법하다”고 지적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 ‘윗선’을 지목한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이 나라 교육을 정권에 기대하지는 마라”, “머지않은 장래에 괜찮은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라며 조롱 섞인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김 교육감은 페이스북에서 “언론은 마치 이 사안이 장관의 부동의로 종결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나 보다. 아직 안 끝났다”, “전북 교육은 저들의 손에 놀아나지 않는다”며 거듭 강조했다.

그의 말과 글을 보며 아쉬움이 들었다. 김 교육감의 페이스북에선 상산고 학생들에 대한 유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친구들과 먹고 자며 공부하던 학교가 갑자기 일반고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몇 달째 시달렸을 학생들이다. 본격적인 법정다툼이 시작되면 학생들의 혼란과 불안은 기약 없이 계속될 것이다. 김 교육감이 책임지겠다는 ‘전북 교육’의 대상에 상산고 학생은 빠져 있는 듯하다.

이 같은 모습은 아들과 관련된 비판이 제기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라디오방송에서 “(아들이) ‘케임브리지 합격했습니다’ 하는데 ‘안 된다, 거기 귀족학교다’ 이렇게 말하는 게 정상적인 부모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럼 다른 학부모들은 상산고를 가려는 자녀에게 “귀족학교니 안 된다”고 말해야 하나.

교육부 내부에서도 김 교육감은 ‘자기만의 철학이 너무 확고해 대화하기가 어려운 사람’으로 통한다. ‘부총리보다 상대하기 더 무서운 사람’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이번에도 “평가지표나 홀로 높인 커트라인을 수정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는 말도 전해진다. ‘나만 옳다’는 인식이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신뢰도 잃는다는 걸 김 교육감이 알았으면 좋겠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