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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업 해고자도 계속 노조 활동… 노조 정치투쟁 거세질 우려

입력 | 2019-07-31 03:00:00

[ILO 핵심협약 법안 입법예고]정부 개정안 어떤 내용 담고있나




고용노동부가 30일 공개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법 개정안은 사실상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노사관계는 일대 변혁을 맞게 된다. 10.7%(2017년 기준)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 상승은 물론이고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반면 사용자 방어권은 사실상 그대로여서 노사관계가 균형추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확대되는 노조 권력


현행법상 해고자와 실직자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안대로 해고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불법파업으로 해고돼 자격을 잃은 조합원도 별다른 제약 없이 노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해고자와 실직자란 이유로 외부 단체 활동가가 개별 기업의 노조원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 활동이 정치투쟁으로 변질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정부는 해고자와 실직자가 노조 임원이 되는 것은 금지하기로 했다.

가장 큰 혜택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조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는 규약을 개정하라”는 정부의 시정명령에 응하지 않아 2013년 법외노조가 됐다. 정부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교조는 해직자를 내보내지 않고도 합법화될 수 있다.

현재 노조 가입이 금지된 5급 이상 공무원, 소방공무원, 대학 교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5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지휘, 감독 업무를 맡고 있거나 총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계속 노조 가입이 금지된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파업 등)도 지금처럼 제한된다. 공무원의 파업을 허용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 ‘전임자 임금 지급 투쟁’도 가능


정부안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금지하는 현행법 규정도 없앴다. 현행법상 사용자는 노조 전임자에게 원칙적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 없고 타임오프(실제 일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간주해 임금을 주는 제도) 한도 내에서만 급여를 줄 수 있다.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이 없어지는 대신 타임오프 제도는 유지된다. 전임자 급여는 현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삭제하기로 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가 전임자 임금을 위해 쟁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안은 복수노조 사업장의 사용자가 모든 노조와 성실히 교섭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정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사용자가 한 노조만 특혜를 주며 다른 노조를 무력화하는 ‘노조 파괴 행위’를 막는다는 취지다.

○ 정부 “비준 않으면 EU도 무역 제재 가능성”

정부안은 경영계의 요구도 일부 수용했다. 현재 2년인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최장 3년으로 연장된다. 사업장 내 주요 생산시설과 업무시설을 노조가 점거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노사 단체협상의 소모전을 줄이고 공장 점거 같은 과도한 쟁의행위는 제한한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의 노조 가입은 정부안에서 허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경영계가 방어권으로 요구한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등은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은 대체근로 금지 규정을 아예 두지 않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에 단결할 자유를 주면 경영계의 방어권도 그에 맞게 개선해야 노사관계가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유럽연합(EU)도 한국에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0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한 만큼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EU가 다양한 형태의 규제를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영계는 핵심협약 비준이 FTA의 강제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비준을 미루더라도 EU가 제재에 나설 수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성열 ryu@donga.com·송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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