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보안 취약 신고, 3년새 3배로
#2. 5월 서울동부지법은 한 여성의 집 안방에 설치된 홈 폐쇄회로(CC)TV를 해킹해 자는 모습을 훔쳐본 외국인 강사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해당 강사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피해 여성의 인터넷주소(IP주소)를 찾아낸 뒤 이를 통해 홈 CCTV 영상에 접근했다.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실제 일어난 두 사건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기기를 해킹해 마음대로 조종해서 업무를 방해하거나 성범죄까지 저지르는 일이 한국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부터 책상, 자동차까지 모든 물건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보안은 취약해 집 안 어디에서건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이 커지는 속도에 비례해 보안 위협도 커지고 있다. PC나 모바일 속 데이터의 유출 또는 교란에 그쳤던 기존 사이버 공격과 달리 IoT 해킹은 개인 공간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프라이버시 침해로, 기업 공간에선 업무의 물리적 마비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반려동물 관리를 위한 홈 CCTV 설치가 늘면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인 만큼 이용자 중에는 해킹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IoT 해킹은 금전적 이익을 노린 공격부터 사회·정치적 목적, 개인정보 유출 목적, 단순한 영향력 행사까지 광범한 배경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앞선 공유 프린터 해킹 사례에서는 해커가 출력물을 통해 ‘프린터로 광고를 하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식의 장난스러운 메시지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IoT 기기 설계 및 생산 시 보안이 충분히 고려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KISA는 시중에 도입된 IoT 제품들을 대상으로 2017년 12월부터 IoT 보안인증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5월 KT가 IoT 기기의 취약점을 테스트하는 융합보안실증센터를 여는 등 관련 업계에서도 개선 노력을 시작했다.
이동근 KISA 침해사고분석단장은 “홈 CCTV, 공유기, 스마트홈 서비스 등 IoT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이를 노리는 사이버 공격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용 중인 IoT 기기에 대한 보안 업데이트, 외부 접속경로 차단, 비밀번호 설정 및 변경 등 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