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이 ‘운동절벽’ 막는다
2017년 한 철인3종대회에서 우승한 모습. 이명숙 씨 제공.
가정주부였던 그에게 운동은 삶의 유일한 활력소였다. 집안일하고 아이 키우는 단조로운 삶에서 운동은 탈출구였다. 과거 단 한번도 운동을 한 적이 없지만 서울 잠실 롯데월드 수영장에 등록한 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영장으로 나갔다. “매일 새벽 1시간이었지만 ‘이명숙’이란 이름으로 물살을 가른 그 1시간이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줬다. 내 존재 의미도 찾아줬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황영조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장면을 본 뒤에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황영조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쓰러졌다.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 올림픽공원과 남한산성을 뛰어 다녔다.” 수영장 가기 전에 한 두 시간 달렸다.
1993년 둘째를 낳고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왔다. 모든 게 귀찮은 무기력증이 찾아왔지만 운동을 포기할 순 없었다. 어느 날부터 국가에서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한다며 매주 수요일 전국의 모든 수영장을 쉬게 했다. 그 때 자전거를 배웠다. 수영과 자전거, 달리기. 대회 출전보다는 그저 즐거움을 위해 했다.
이명숙 씨 제공
하지만 엘리트선수로 활약하며 받은 스트레스로 운동에 회의를 느껴 1년여를 쉬는 동안 자격증을 취득해 2007년부터 동호인들 자전거 타기 교육을 시키는데 집중했다. 자전거로 4대강을 국내 ‘12호’로 완주하는 등 계속 페달을 밟았지만 수영과 마라톤은 거의 하지 않았다.
철인3종 대회에서 수영하는 모습. 이명숙 씨 제공.
잘 나가던 선수가 오랜 시간 쉬었다 다시 시작할 때 오는 무기력감. 일종의 ‘운동절벽’은 강호의 고수들에게서도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갑작스런 생활변화나 부상으로 장시간 운동을 하지 않다 다시 시작하면 훨씬 힘들다. 아주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대부분 과거 생각에 빠져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마라톤에서 질주하고 있는 모습. 이명숙 씨 제공.
이명숙 씨는 “50대 중반까지만 해도 운동 안하다 2개월 정도 몸 만들면 한 80%는 돌아왔다. 2,3년 차이인데 이젠 너무 힘들다. 과거 내가 했던 훈련을 제대로 소화 못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젠 다시 꾸준하게 운동할 계획이다. 그리고 1년에 최소 한 두 번은 나를 위한 도전을 하겠다. 그래야 평생 건강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