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일만에 또 미사일 도발]北 탄도미사일 기습 능력 과시
실제로 이날 비행궤도는 25일 미사일 사거리가 600여 km였던 것과 비교해 사거리가 250여 km로 줄었을 뿐 큰 틀에서 비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저각으로 발사돼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정점고도인 30여 km까지 상승했다. 이후 하강한 뒤 수평 비행하다가 목표물에 근접해 급상승하는 ‘풀 업’ 기동을 한 다음 수직 하강하며 표적에 내리꽂히는 ‘풀 다운’을 하는 등 요격 회피 기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점고도가 30여 km에 불과하다는 건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 범위(40∼150km) 아래로 비행한다는 것으로 사드로는 요격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군 패트리엇(PAC-3 CRI)의 요격 가능 고도(30km 이하)와 주한미군 패트리엇(PAC-3 MSE)의 요격 가능 고도(40km 이하)에는 포함된다. 그러나 통상 250여 km를 날아가는 일반 탄도미사일의 정점고도가 80km 안팎인 걸 감안하면 30여 km로 ‘초저고도’여서 요격 준비 시간이 너무 짧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이 워낙 낮게 날아 발사 초기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려워 요격 준비에 어려움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게다가 경로를 예측하기 어려운 회피 기동까지 하는 탓에 요격이 더더욱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이날 새벽 원산에 비가 왔음에도 시험을 강행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정상국가는 시험발사인 만큼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맑은 날 시험발사를 한다”며 “북한은 날씨와 무관하게 실전에서 미사일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25일 미사일 발사 당시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남한 공격용임을 분명히 한 것에 이어 날씨에 개의치 않는 발사로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이란 분석이다.
군 당국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 시작되는 5일을 전후해 북한이 성동격서식 시험발사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북한판 이스칸데르’ 시험발사 이유 중 하나로 거론한 스텔스 전투기 F-35A는 올해 말까지 10여 대가 청주 공군기지로 들어올 예정인데, F-35A가 도입될 때마다 무력시위에 나설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발언을 한 만큼 앞으로 더 자주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