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파장]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지난달 29일 한국 언론 중 동아일보와 첫 인터뷰를 갖고 “정치 갈등이 민간 교류에 영향을 미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강제징용 문제가 없었다면 수출 규제가 없었을까.
“전체적으로 볼 때 양국 신뢰 관계가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강제징용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수출 규제가) 징용 문제에 대한 대항 조치가 아니라는 일본 정부 설명을 신뢰한다.”
―일본 정부가 추가 조치도 발표할 것으로 보나.
“잘 모르겠지만 없지 않을까. 한국 정부는 수출 규제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게 아니라 우선 한국 기업들을 모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일본에 ‘향후 관리체계를 어떻게 할 테니 원상태로 되돌리자’고 하면 좋겠다. 일본이 오해한 게 있으면 어떤 오해인지 설명하고.”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는데….
―아베 총리는 안보 협력에서 의도적으로 한국을 배제하는 듯하다.
“그런 느낌을 갖지 못했다. (지난해 말) 레이더 및 초계기 갈등으로 방위성이 한국과의 신뢰 관계에 문제를 느꼈다. 다만 한미일 3각 연대는 매우 중요하다. 내가 한국에서 (특사 등으로) 뭔가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한국에 가겠다.”
―아베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도 거부하는 것 같다.
“아니다. 어느 나라든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고 미리 결론 내리지 않는다. 갈등이 계속될수록 특사든 뭐든 서로 사람을 보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한국과 싸워 어떤 이득도 없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도 관여했는데….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주고받은 말을 모두 다 알고 있다. 양 정상이 구두로 약속한 것도 많다. 그런데 전 정권에서 외교적으로 합의한 내용(위안부 합의)을 문재인 정부가 파기해 한일 간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
―어떤 구두 약속을 했나.
“일본 대학생들을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자원봉사자로 보내고, 평창 올림픽을 경험한 (한국) 대학생들을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 자원봉사자로 보내자고 했다. 한국 측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됐다. 우리가 이런 내용을 강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당시 한국 정부와 문서로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젊었을 때 한국에 강경했다. 그래서 방한(訪韓) 때 한국 측에서 나를 수행원에서 빼달라는 요청을 한 적도 있다. 한국 공항에서 계란을 맞을지 몰라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같은 책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모두 이해할 수 있다. 한국 국민은 좀 더 냉정해지고, 일본도 선동하지 말고 긴장을 높이지도 말아야 한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