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직원이 난민심사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허위 작성한 면접조서.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박상준 사회부 기자
법무부는 결국 ‘자체 감찰’을 택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소속 인권위원은 나직이 탄식하며 법무부와의 면담 결과를 털어놨다. 올 6월 본보 보도를 통해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공무원 3명이 난민 심사 과정에서 신청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면접조서를 허위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지난달 8일 변협은 법무부를 방문해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변협의 요구사항 중 하나는 ‘법무부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진상조사기구의 설치’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외부위원의 참여를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감찰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철저한 내부 감찰을 실시해 지난주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요구 등의 조치를 했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드러나지 않은 허위 기재가 더 없는지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외부위원이 참여한 진상조사는 필요하다. 법무부는 자체 감찰을 통해 “2015∼2017년 이뤄진 난민 면접 중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943건을 조사한 뒤 이 중 55건을 직권 취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허위 기재된 면접조서는 더 있다. 본보 취재 결과 법무부의 직권 취소 대상이 아니었지만 면접조서가 허위로 작성된 경우가 2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5∼2017년 난민 신청자는 2만3194명이다.
법무부는 형사고발 조치 없이 ‘내부에서 징계하겠다’고만 밝혔다. 난민 심사 면접조서는 공문서다. 이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은 범죄다. 이 사건의 경우 허위 기재에 가담한 공무원은 최소 3가지 범죄 혐의를 받는다. 형법 제227조 허위공문서 작성, 제229조 위조 공문서의 행사,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다. 허위공문서 작성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황필규 변협 인권위원은 “법무부가 공무원의 조직적 범죄를 형사고발하지 않고 내부 징계로 끝낸 것은 ‘꼬리 자르기’다. 지휘 감독자의 책임이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투명하고 엄정한 진상조사다. 법무부는 ‘난민 심사 적체 해소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2015년 1월부터 “간이면접 후 난민 심사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면접조서 허위 기재가 일어난 기간과 시기가 겹친다. 이 기간 전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 난민면접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반드시 진상을 확인해야 한다.
박상준 사회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