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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소비 동반 부진… ‘경제체력 약화’ 커지는 우려

입력 | 2019-08-01 03:00:00

통계청 6월 산업활동동향 발표
제조업 생산 38개월만에 최저, 소비는 9개월만에 최대폭 감소
동행-선행지수도 3개월만에 하락
“대외여건 악화… 정책 개선 시급”




제조업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제조업생산능력이 3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민간 소비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생산과 소비가 동반 부진에 빠졌다.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6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7% 줄어 5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반도체 생산은 4.6% 늘었지만 자동차(―3.3%) 화학제품(―2.9%) 생산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6월 제조업생산능력지수는 101.3으로 2016년 4월(101.1)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설비, 인력, 노동시간 등 조업 환경이 정상적인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실적을 의미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노동시간이 줄어든 데다 설비투자가 5월 7%가 넘는 감소세를 보인 데 이어 6월에도 0.4% 증가에 그치며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한 제조업생산능력은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197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오랜 기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을 의미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분기(4∼6월) 72.2%로 1분기(1∼3월·71.8%)에 이어 부진을 이어갔다. 1980년 이후 연간 기준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3% 아래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에 따라 올해 가동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기 기준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미래 생산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설비투자가 오랜 기간 부진함에 따라 제조업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월 민간소비는 1.6% 감소하며 지난해 9월(―1.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정부는 중·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소비를 활성화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제 효과로는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신차 대기 수요가 자동차 구매를 미루고 있고, 5월에 더위가 일찍 와 냉방가전제품 등을 미리 구매한 것이 6월 소비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미래의 경기 흐름을 예상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만에 동반 하락했다. 이 두 지표는 작년 6월부터 올 3월까지 최장기간(10개월) 같이 떨어지다가 4, 5월 등락이 엇갈렸지만 6월 들어 다시 동반 하락세로 돌아섰다.

6월 지표에는 7월 2일 시작된 일본 수출 규제 조치가 반영되지 않았다. 제조업 위기는 7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무역 측면에서 수출 규제는 악재”라며 “향후 전망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생산과 소비 부진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및 글로벌 제조업 경기 등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경기 부진이 대외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측면이 있지만 한국의 민간 활력도는 다른 국가보다 더욱 떨어지고 있다”며 “최저임금 문제,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부 정책이 민간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