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노동신문) © 뉴스1
북한이 엿새 만에 시험 발사한 발사체를 ‘방사포’라고 밝혔다. 여기에 관련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이례적 행보로 ‘수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1일 나온다.
북한은 전날 우리 군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분석한 발사체에 대해 1일 관영 매체를 통해 ‘신형 대구경조종 방사포’라고 밝혔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전날 발사한 발사체가 ‘무력 건설 포병 현대화 전략적 방침’에 따른 신형 방사탄(포)이라며 이번 시험 발사가 개발 후 첫 시험 발사임을 강조했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추정 미사일과 같은 것으로 분석했다는 것이 군의 판단이었다.
군은 이날 북한 매체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한미 정보당국은 기존의 평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라며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라는 평가를 유지하고 있고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는 유효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북한이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고, (북한의 발표가) 기존 개념과 상이한 게 있어서 추가 분석을 해야 되는 부분”이라며 “왜 북한이 그렇게 발표했는지를 더 분석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발언 자체만 놓고 보면 북한이 미사일의 발사 자체를 숨겼을 가능성을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를 두고 북한이 신형 무기의 제원 등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진을 뺀 것이라는 분석과, 대외 메시지의 수위 조절 차원에서 이례적 보도를 강행한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북한은 실제 신형 무기의 개발 사실을 공개할 때 최소한의 사진만 보도하거나 아예 공개하지 않으며 노출을 최소화 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17일 김정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방문과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 참관 때도 관련 사진을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이번 방사포 발사와 관련된 보도는 비핵화 협상 재개 움직임 속에서 북한이 한미 군사연습을 들어 반발하는 국면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다소 맥락은 다르다.
당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탄도 미사일 발사가 “남조선 지역에 첨단 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이라며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매체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라고 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수위가 높은 비난 발언이었다.
신문은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남조선 당국자’를 언급하며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을 남쪽을 향해 오늘의 위력 시위 사격 소식과 함께 알린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이날 보도에서 신문은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오늘 우리의 시험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로 될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한 것 외에 ‘남조선’이나 한미 군사연습에 대한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의 최근 일주일 새 군사 행보가 ‘취소’를 요청했던 한미 군사연습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에 기댄다면, 북한은 일련의 군사 행보 후 대화 국면 재개를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될 수 있다.
북한은 다만 이번 두 번의 군사 행보를 두고 “불안과 고민을 충분히 심어주었을 것(26일)”, “고민거리로 될 것(1일)”이라는 발언을 이어가며 대남 및 대미 압박 기조를 완전히 거두진 않았다.
한편으로는 ‘고민’이라는 발언이 과거 군사 행보 때는 나오지 않은 다소 이례적인 언급이라는 점에서 ‘고민’에 대한 ‘해답’을 남측과 미국이 제시할 때까지는 군사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포한 것일 수도 있다.
국가정보원 역시 이날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이달 중에도 추가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한미 군사연습 기간 동안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