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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NF조약 2일 탈퇴”… 核브레이크 풀려 군비경쟁 불붙을듯

입력 | 2019-08-02 03:00:00

美 “러, 조약 준수 안해” 자료 배포… 러 “우리도 중단” 폐기 기정사실화
美, 中겨냥 한국에 미사일 배치땐… 제2 사드 등 동북아 안보 회오리
신전략무기감축 협정 갱신도 위태




미국이 1987년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탈퇴 시한인 2일이 임박했지만 미국과 러시아 모두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국제사회에 새로운 ‘군비 경쟁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미국, 2일 탈퇴… 러시아 주장 반박

칼라 글리슨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러시아는 INF 의무사항의 검증 가능한 준수 상황으로 돌아가려는 어떤 의미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조약이 8월 2일 종료되면 미국은 더 이상 INF상 금지 조항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INF 오해 바로잡기(Myth Busters)’라는 자료까지 내며 INF 탈퇴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러시아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 자료는 ‘러시아가 조약 관련 협상 의지가 있는데 미국은 없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은 6년간 러시아에 조약 불이행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벌여 왔고 30회 이상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러시아와의 6년간 논의 기록까지 담았다.

INF 조약은 냉전시대였던 1987년 12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이에 체결해 이듬해 6월 발효됐다. 사정거리 500∼5500km의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없애고 개발, 배치하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국이 유럽에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구축하고, 러시아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조약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재작년 러시아가 9M729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INF 조약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러시아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9M729의 사거리가 500km에 미치지 않아 INF 금지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일 INF 조약 참여 중단 법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INF 조약을 탈퇴하면 러시아도 탈퇴하겠다는 것이다.

○ 나토 중재도 무용지물

INF 조약이 파기되면 새로운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유럽 국가들은 INF 준수 및 유지를 촉구해 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우리는 INF 조약을 살리기 위해 러시아의 조약 준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의 INF 탈퇴 이후 동북아에서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한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 하면 ‘제2의 사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2021년 시한이 만료되는 신(新)전략무기감축 협정(New START)도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 국방부는 6월 핵무기 사용을 옹호하는 듯한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했다. 당시 ‘핵 작전’이라는 명칭으로 합동참모본부와 함께 작성한 이 보고서는 핵전략과 작전, 사용 계획과 타깃 등까지 구체적으로 담고 있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