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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항생제’도 안듣는 슈퍼박테리아 유럽 확산

입력 | 2019-08-02 03:00:00

세균끼리 결합해 내성 강해져… 폐렴간균 병원내 감염 등 급증
민주콩고 1년새 에볼라 사망 1680명… WHO, 보건 비상사태 5번째 선포




유럽 전역에 ‘최후의 항생제’마저 무력화시키는 슈퍼박테리아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영국 BBC방송과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유럽 전역 244개의 병원과 감염 환자들에 대한 공동연구를 실시한 결과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카바페넴’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들이 발견됐다. 슈퍼박테리아는 독성이 강해 현재까지 개발된 각종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세균을 뜻한다. 항생제 오남용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확산된 슈퍼박테리아들은 상호 결합하면서 항생제 내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테리아 간의 섹스에 해당하는 접합(conjugation)을 통해 서로 다른 박테리아가 세포질 DNA인 플라스미드(Plasmid)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항생제 내성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통 박테리아일지라도 항생제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와 만나면 슈퍼박테리아로 변한다. 항생제 내성이 더욱 강화된 변종 폐렴간균이 급증하며 카바페넴마저 효과가 없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영국 생어연구소 소피아 데이비드 박사는 “확산이 빠른 데다 최후의 항생제마저 말을 듣지 않으니 문제가 심각하다”며 “특히 병원에서 사람들 간에 박테리아가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슈퍼박테리아 확산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나아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영국 항생제내성대책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라면 2050년 이후 세계에서 한 해 1000만 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으로 사망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콩고 지역에서는 지난해 8월 3일 처음 에볼라 발병 사례가 보고된 이후 에볼라가 빠르게 확산돼 우려를 낳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지난 한 해 민주콩고 북동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돼 1680여 명이 사망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올 6월 국경을 넘어 우간다로 확산됐고 최근 민주콩고 동부 최대 도시이자 르완다와 국경을 맞댄 고마에도 번져 지난달 16일과 30일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WHO는 민주콩고 에볼라 사태를 사상 5번째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했다.

에볼라 발병 후 1년간 사태가 더욱 악화된 데는 민주콩고 주민들의 뿌리 깊은 정부 불신도 한몫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민주콩고 주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존재하지도 않는 바이러스 공포를 조작해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고 있다”라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전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