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국제 체제는 자유무역을 추구하면서도 공산권 국가에 대해서는 핵과 미사일, 생화학 무기, 재래식 무기 등의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1970년대 말부터 핵공급국 그룹(원자력), 호주 그룹(생화학 무기), 미사일 기술통제 체제(미사일), 바세나르 체제(재래식 무기) 등 4대 체제가 만들어졌고 모두 29개국이 가입했다. 이들 국가는 제3국과의 교역에서 관련 물자의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면서도 서로 간에는 수출 허가를 간소화해 줬다. 각각 명칭은 다르지만 다들 일본의 백색국가와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서로 믿는 ‘안보 회원국’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도 ‘대외교역법’상 ‘가’ 지역 수출 대상국 제도를 운용하는데 현재 1400여 개 품목에 걸쳐 28개국이 ‘가’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일본은 ‘외국환 및 외국거래법’상 27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분류하고 1120여 개 전략물자에 대해서는 수출 허가를 간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우며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려 하고 있다. 세계 4대 체제에 가입한 29개 국가 가운데 지금까지 백색국가에 포함시킨 나라를 나중에 제외시킨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백색국가 제외는 안보상 서로 불신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2001년 일본을 ‘가’ 지역 수출국에 포함시킨 뒤 역사 및 영토 갈등이 있었지만 제외한다는 말은 나온 적이 없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