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치나’에서 오베르토 역을 맡아 열창하고 있는 박신(왼쪽에서 두번째). 그의 정교한 노래 실력은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언론에도 소개됐다. 빈 소년합창단 제공
박 군은 같은 곳에서 6월 7∼10일 열린 잘츠부르크 성령강림절 축제에서도 오베르토 역을 맡아 노래했다. 이 공연에는 주인공 알치나 역에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 루지에로 역에 필리프 자루스키 등 호화 배역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8월 공연도 같은 캐스팅으로 진행한다.
‘알치나’는 바로크 음악 거장 헨델이 1735년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샤를마뉴 대제가 이슬람 세력과 대결하던 때를 배경으로 마법사 알치나와 그의 마법에 걸린 루지에로 사이에 격렬한 애증이 펼쳐진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 소년 오베르토가 이들의 모험에 동참한다. 대체로 소프라노가 오베르토 역을 맡아왔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축제 주최 측이 이 역에 적합한 소년 가수 선발을 빈 소년합창단에 의뢰했다.
빈 소년합창단을 통해 e메일로 인터뷰한 박 군은 “서울에서 태어나 빈 소년합창단 공연을 보며 단원이 되기를 꿈꿨다. 시험 기간 조건으로 빈에 간 뒤 정식 입단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광고회사 임원으로 재직해온 아버지 박천규 씨는 “아들이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에서 활동하다 2017년 한국 공연 중이던 빈 소년합창단의 게르하르트 비르트 단장 앞에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일이 바빠서 잘 지원해 주지 못했는데 너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알치나’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박 군은 “지난해 모차르트 ‘마술피리’에 빈 소년합창단원 세 사람이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 뒤 잘츠부르크 축제 측 제안으로 학교에서 ‘알치나’ 오디션에 지원하라고 알려왔고, 최종 합격했다”고 말했다. 오디션에는 오스트리아인 단원 모리츠가 함께 최종 합격해 오베르토 역을 같이 연습했다.
박 군은 “오베르토 역 노래들은 서커스를 연상시킬 만큼 어려운 노래들이지만 연습하기 즐거웠다. 헨델도 이 역할을 윌리엄 새비지라는 소년이 노래하도록 썼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바르톨리는 매우 친절하고 재미있는 분이죠. 카운터테너 자루스키는 연기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알려주었는데, 정말 유용했습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