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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참관 신무기 조작 가능성 낮아… 軍 대북정보력 논란

입력 | 2019-08-02 03:00:00

[北발사체 실체 논란]北 “신형방사포” vs 軍 “탄도미사일”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지난달 31일 원산 갈마 일대에서 쏜 발사체가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다연장로켓)’라고 1일 보도하고, 관련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를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라고 판단한 군의 대북 정보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무엇을 발사했는지도 파악을 못 하면서 추적과 요격이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오전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300mm 방사포(KN-09)보다 사거리가 길고 정밀도를 높인 ‘신형 무기’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군은 한미 정보당국의 공동 평가 결과 지난달 25일 발사된 신형 SRBM(KN-23)으로 판단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초기 비행 속도와 포물선 궤적 등 비행 특성을 볼 때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 군의 이런 입장은 이날 오후 조선중앙TV가 신형 방사포의 시험 발사 영상을 공개하면서 군이 오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군 일각에선 사진 합성 등 기만전술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북한 체제 특성상 ‘최고 존엄’이 공개한 신형 무기 사진이 조작됐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고, 북한의 기술력을 고려할 때 ‘새로운 방사포’라는 데 전문가들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군이 보유한 북한의 신형 방사포와 신형 SRBM 관련 데이터가 많지 않다”며 “이런 점에서 초기 비행 속도와 궤적만으로 신형 방사포와 KN-23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이 1일만 두 차례 미사일이라고 해놓고 추후 신형 방사포로 최종 판명될 경우 군의 대북 정보력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이 지난달 25일 KN-23을 발사한 지 하루 뒤 사거리를 대폭 정정해서 탐지 실패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또다시 헛발질을 했다는 지적이 쏟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신형 방사포는 300mm 방사포보다 동체가 더 크고, 길이도 길어 400mm 신형 방사포라는 추정이 나온다. 더 무거운 탄두를 싣고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앞부분엔 유도장치를 장착한 정황도 포착됐다.

KN-09 같은 기존 방사포에는 러시아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같은 유도장치가 장착돼 수백 km 밖의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오차범위는 10m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날 쏜 것을 ‘조종 방사포’라고 밝힌 것도 바로 유도능력 탑재를 의미한다. 김 위원장이 2016년 3월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했을 때도 북한 매체들은 ‘조종 방사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때보다 정밀도를 더 높여 휴전선에서 남한 어느 곳이든 ‘초정밀 타격’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사포는 핵은 장착할 수 없지만 유사시 생화학탄두를 실어 동시 다발로 타격할 경우 핵무기급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