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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목록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수출무역관리령(시행령) 개정안을 기어이 의결하자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에선 일본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쏟아졌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제 촉구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베 신조 정부는 국교 정상화 이후 이어져온 한일 경제협력 파트너십과 동북아 안보협력의 근간을 크게 뒤흔드는 조치를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면 1110여개에 이르는 품목이 일본 수출규제 영향권에 들게 된다. 한국은 2004년 지정됐으며 이후 3년에 1번씩 포괄적 수출 허가를 받아왔는데 앞으로는 개별, 건별 허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향후 기업들이 심사에서 애를 먹으면 일부 품목의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 일본이 리스트에 올라 있는 미국, 영국 등 27개국 중 지정을 취소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효력은 관보 게재 21일 뒤부터 발생한다. 일본 언론은 오는 28일 제외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수출 관리 제도나 운용에 불충분한 점이 있는 것을 근거로 해, 수출 관리를 적절히 실시하기 위한 운용의 재검토이며,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의도하고 있지 않고, 하물며 대항 조치는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0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에 대한 수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에 대한 수정안은 재적 297인, 재석 228인, 찬성 228인, 반대 0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19.8.2/뉴스1 © News1
문 대통령은 또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향후 사태에 대한 책임이 일본측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했다. 또한 명백한 무역보복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된 상황을 관리하고 점검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 및 상황반을 설치해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상황반은 김상조 정책실장이, 이를 실행하는 실무 TF는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맡는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우리나라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안하무인한 일본의 조치에 대해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가적 비상상황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아베 정권이 한일관계의 금단의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강제징용 판결을 문제 삼은 것으로서 침략에 대한 반성의 태도가 없는 것도 문제이고, 정치와 경제를 뒤섞은 것도 문제다. 강력 항의한다”고 말했다.
아베규탄 시민행동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한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한 일본 정부를 규탄함과 동시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10억엔 반환 통환 일본군 성노예제 합의 최종 파기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정례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불과 10여분 만에 한국을 화이트국가(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2019.8.2/뉴스1 © News1
우리 정부는 전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사태 악화를 막으려고 했지만 일본은 기존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강경화 장관은 일본과의 회담 뒤 “그런 결정이 내려진다면 양국 관계에 올 엄중한 파장에 대해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간 갈등이 역사 문제에서 통상 문제를 거쳐 안보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시민들의 반일감정은 크게 고조됐다. 시민사회단체 682개가 모인 ‘아베 규탄 시민행동’(시민행동)은 2일 오후 주한일본대사관이 있는 서울 종로구 트윈트리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보복성 조치를 규탄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보이콧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2일(오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부터 강 장관, 돈 쁘라맛위나이 태국 외교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2019.8.2/뉴스1 © News1
강 장관은 일본의 결정은 “매우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조치”라고 비판하며 “역내 주요 무역상대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데 대한 아세안 외교장관들의 우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노 다로 외무장관은 “아세안 측으로부터 우리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불평을 들은 적이 없다”며 “강 장관이 제기한 불평의 출처를 모르겠다”고 정면 반박했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오후 한미 및 한미일 3자 외교장관 회담에 잇따라 참석한다. 전날 한일 외교장관이 서로간 간극만 재확인한 가운데, 미국이 중재에 나서 갈등 완화의 단초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서울·방콕=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