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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자사고 결국 폐지, 더 열심히 가르치는 걸 막겠다는 非교육

입력 | 2019-08-03 00:00:00


교육부가 어제 서울 소재 경문 경희 배재 세화 숭문 신일 이대부고 중앙 한대부고와 부산 소재 해운대고 등 자율형사립고 10곳의 지정 취소에 동의했다. 이로써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받은 24곳 중 10곳이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부는 어제 “국정과제대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혀 내년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 12곳, 외국어고 30곳, 국제고 6곳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 정부는 자사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해 입시경쟁을 과열시키고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자사고가 없어지면 입시경쟁도, 고교 서열화도 사라져야 하는데 현실은 이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학고·영재학교의 인기가 더 치솟고, 강남 고교 주변 집값이 뛰는 등 벌써부터 풍선효과가 목격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의 평가에서 탈락해 일반고로 전환되는 8곳에 3년 뒤부터는 매년 396억 원의 재정결함보조금이 투입된다. 재정결함보조금이란 사립학교가 입학금·수업료 등으로 교직원 인건비나 교육과정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할 경우 국고로 보조하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교육청이 학교당 5년간 10억 원, 교육부가 3년간 10억 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감안하면 막대한 세금 투입이 뒤따른다.

세금을 쓰더라도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학교가 늘어난다면 아깝지 않다. 그러나 학업성취도가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둬 학습 동기를 떨어뜨리고, 경쟁 없는 교직 문화 속에서 교사가 열정을 발휘하기 힘든 일반고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예산을 퍼부어도 가고 싶은 학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정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반발하는 교육개혁은 미뤄두고 애먼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만 뺏고 있다. 이제 전국 자사고 3곳 중 1곳이 없어진다. 그래도 공교육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이번엔 누구 탓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