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세계 1위 日 15개-韓 0개, 우리만 경쟁력 추락… 중국에도 추월 특별연장근로 허용은 미봉책 불과, 마음껏 연구해야 新산업도 키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
일본은 제어기술, 광학, 반도체, 전기기계기구, 재료와 야금, 공작기계, 기계요소 부품, 고분자화학 등 15개 산업 분야에서 1등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가 1등인 산업은 하나도 없다. 메모리 반도체 소자 관련 특허는 우리나라가 1등이지만 반도체 관련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 대한 특허까지 포함하면 반도체 산업에서도 일본이 1등이다. 오랜 산업의 역사, 뛰어난 기초과학 지식, 한 분야만 깊게 파는 문화, 혼을 담아 물건을 만들겠다는 정신, 협력적인 노사 관계 등으로 일본에는 세계 최고 기업이 매우 많다. 특히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우리 기업은 그것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일본이 마음먹고 경제 제재를 가하면 제대로 돌아갈 첨단제품 제조공장이 별로 없을 정도다.
문제는 최근에 추가된 규제로 인해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대졸 신입사원 초임이 월 250만 원 정도다. 연구개발 인력의 경우 일본에서는 예외 조항을 활용할 수 있고, 최근에는 ‘탈시간급 제도’를 통해 노동시간이 아닌 성과로 평가하는 제도를 만들려 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실력이 일본 기업 대비 절대 열위인데 우리 근로자는 더 많이 받고 더 적게 일한다. 일본에서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우리는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일본과의 격차가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은 급속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의 실력에 맞는 정책과 규제로 대전환하지 않으면 우리 제조업의 미래, 국가의 미래는 굉장히 어둡다. 새로운 산업과 기존 제조업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 제조 입지로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세계 최강 수준의 노동시장 규제도 풀어야 한다. 특히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노동시간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이들이 미국, 일본, 중국의 연구개발 인력보다 더 적게 일한다면 우리 제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연구개발의 경쟁력을 높여야 산업 경쟁력도 높일 수 있고 신(新)성장 산업도 키울 수 있다. 그래야 근로자의 일인당 부가가치와 소득이 높아지고, 높은 연봉을 받는 일자리가 많아진다.
한일 갈등으로 정부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을 국산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고 하는데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제조업 전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노동시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전문지식 근로자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지금처럼 일본에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 노동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