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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안보위해 전략물자 수출 관리”… 근거 제시는 못해

입력 | 2019-08-03 03:00:00

[日 2차 경제보복 강행]세코 경제산업상 기자회견 살펴보니




“경제전쟁으로 치닫나”… 시민들 걱정 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발표하는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의 기자회견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 세코 경산상은 “한국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절차만 제대로 지킨다면, 관리를 제대로 한다면 수출은 할 수 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철회함으로써 뭔가 글로벌에 영향이 생긴다거나 일본 기업에 악영향이 생기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말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선 “안보를 위한 수출관리 제도의 적정한 운영에 필요한 재검토”라며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는 일은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고, 뭔가(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대항 조치라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른바 금수조치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그는 “만약 (일본 기업에 영향이) 발생한다면 대만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과의 공급망도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 기업이 현재 화이트리스트가 아닌 대만 등에 문제없이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더라도 별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낸 셈이다.

경산성은 앞서 “한국이 재래식무기에 쓰일 수 있는 민간 품목에 ‘캐치올(catch-all) 규제’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화이트리스트 제외 배경을 설명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세코 경산상은 이번 기자회견에선 이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캐치올은 전략물자뿐 아니라 재래식무기와 대량살상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모든 품목을 통제하는 제도이다. 캐치올 규제 품목 수는 무한정으로 경산성이 자의적으로 무기 전용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세코 경산상은 미국 정부의 중재에도 각의 결정을 강행한 이유를 묻자 “미국 정부에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견 수렴 결과에 대해 “4만666건의 의견 제출이 있다. 찬성이 95%를 넘었고, 반대가 1%였다”며 “이를 바탕으로 각의 결의를 했다”고 말했다.

세코 경산상은 ‘한국이 화이트리스트로 복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우선 지금 신뢰감을 갖고 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국 측이 지난달 12일 열린 양국 실무자 간 설명회를 ‘협의의 장’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일본이 인식하지 않은 ‘철회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뢰하며 대화가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한국의 책임”이라며 “한국이 (지난달 12일) 발표의 정정을 포함해 성의 있는 대응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코 경산상이 언급한 회의는 도쿄 경산성 별관에서 한일 과장급 대표 4명이 참석해 5시간 40분간 진행한 이른바 ‘창고 회의’를 가리킨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회의 성격에 대해 (한일 간) 논의가 있었는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회의가 진행됐기 때문에 우리가 실무회의라는 성격에 합의했다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한국 대표단이 수출 규제 철회를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도 일본은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한국 대표단이 조치의 원상회복, 즉 철회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은 ‘의사록에 철회 발언이 없었다’는 점만 부각하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근거조차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양국 간 신뢰 관계 손상, 전략물자 밀반출, 수출 규제 관리 등 이유를 계속 바꾸어 갔다”며 “안보상의 이유를 핑계로 동 리스트(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은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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