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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더 낮춰 25km로 새벽에 발사… 기습도발 충격효과 극대화

입력 | 2019-08-03 03:00:00

[北 또 발사체 도발]北, 9일새 세차례 ‘릴레이 위협’




“청와대가 발표한 대로 생각하면 된다.”

북한이 2일 함남 영흥에서 동해로 쏜 단거리발사체의 ‘정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렇게 밝혔다. 지난달 25일 함경남도 호도반도에서 발사된 KN-23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일 가능성이 높다는 청와대의 판단과 같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군은 2일 자체적으로 신형 SRBM으로 추정된다는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첫 번째 발사체 발사 7시간여 뒤 ‘단거리 발사체’라는 문자 공지를 한 뒤 언론에 추가 설명도 없었다. 1일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의 시험발사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 뒤에도 ‘신형 SRBM’이라는 기존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언론에 밝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이날 쏜 것이 신형 방사포인지, 신형 SRBM인지 군이 확실하게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의 최고 비행속도 때문에 군이 실체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우리 군이 동해에 배치한 이지스함 레이더와 육상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등에 포착된 북한 발사체의 최고 비행 속도는 음속의 6.9배였다. 240mm급 방사포의 최고 속도가 음속의 3배가량이고, 덩치가 더 큰 300mm 방사포(KN-09)도 음속의 5배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빠른 것.

통상적으로 탄도미사일은 발사 직후 정점고도까지 추진체를 다 써가면서 가속해 최고 속도를 찍는다. 만약 북한이 쏜 발사체가 이런 비행 패턴을 보였다면 방사포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승 단계를 거쳐 중간비행 단계까지 거의 같은 속도를 유지했다면 신형 방사포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RBM과 맞먹는 속도를 가진 ‘괴물 방사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중국의 WS-2 400mm 방사포의 최대 비행 속도는 음속의 5.6배로 알려져 있다”면서 “북한이 중국의 방사포를 역설계하거나 개량해 더 강력한 방사포를 개발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정점고도를 계속 낮춰가며 도발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5일과 31일에 쏜 KN-23과 신형방사포의 정점고도는 각각 50여 km, 30여 km였다. 하지만 2일에 쏜 발사체의 정점고도는 25km까지 낮아졌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우리 군의 탐지와 요격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북한의 방사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패트리엇(PAC-3) 등 기존 방어수단으로는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SRBM급 속도로 이처럼 낮게 비행하는 방사포를 실전배치하면 우리 군의 요격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에선 핵과 생화학탄두를 장착한 KN-23과 신형 방사포를 섞어서 동시 다발로 타격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북한이 지난달 25일과 31일보다 더 이른 새벽에 발사한 것은 기습도발의 ‘충격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1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한미 감시·요격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신형 무기’의 실전 막바지 테스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5월 초와 지난달 25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시험발사한 KN-23 신형 SRBM의 실전배치를 결정한 데 이어 신형 방사포의 전력화를 위한 최종 성능 평가에 주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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