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또 발사체 도발]北, 9일새 세차례 ‘릴레이 위협’
북한이 2일 함남 영흥에서 동해로 쏜 단거리발사체의 ‘정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렇게 밝혔다. 지난달 25일 함경남도 호도반도에서 발사된 KN-23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일 가능성이 높다는 청와대의 판단과 같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군은 2일 자체적으로 신형 SRBM으로 추정된다는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첫 번째 발사체 발사 7시간여 뒤 ‘단거리 발사체’라는 문자 공지를 한 뒤 언론에 추가 설명도 없었다. 1일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의 시험발사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 뒤에도 ‘신형 SRBM’이라는 기존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언론에 밝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이날 우리 군이 동해에 배치한 이지스함 레이더와 육상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등에 포착된 북한 발사체의 최고 비행 속도는 음속의 6.9배였다. 240mm급 방사포의 최고 속도가 음속의 3배가량이고, 덩치가 더 큰 300mm 방사포(KN-09)도 음속의 5배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빠른 것.
통상적으로 탄도미사일은 발사 직후 정점고도까지 추진체를 다 써가면서 가속해 최고 속도를 찍는다. 만약 북한이 쏜 발사체가 이런 비행 패턴을 보였다면 방사포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승 단계를 거쳐 중간비행 단계까지 거의 같은 속도를 유지했다면 신형 방사포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RBM과 맞먹는 속도를 가진 ‘괴물 방사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중국의 WS-2 400mm 방사포의 최대 비행 속도는 음속의 5.6배로 알려져 있다”면서 “북한이 중국의 방사포를 역설계하거나 개량해 더 강력한 방사포를 개발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정점고도를 계속 낮춰가며 도발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5일과 31일에 쏜 KN-23과 신형방사포의 정점고도는 각각 50여 km, 30여 km였다. 하지만 2일에 쏜 발사체의 정점고도는 25km까지 낮아졌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우리 군의 탐지와 요격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북한의 방사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패트리엇(PAC-3) 등 기존 방어수단으로는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SRBM급 속도로 이처럼 낮게 비행하는 방사포를 실전배치하면 우리 군의 요격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에선 핵과 생화학탄두를 장착한 KN-23과 신형 방사포를 섞어서 동시 다발로 타격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북한이 5월 초와 지난달 25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시험발사한 KN-23 신형 SRBM의 실전배치를 결정한 데 이어 신형 방사포의 전력화를 위한 최종 성능 평가에 주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