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9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받은 대통령 취임1주년 기념 케이크. (청와대 제공) 2018.5.9/뉴스1
불과 1년여 전 축하 케이크를 주고받았던 한일 정상이 최근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는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9일 취임 후 일본을 첫 방문한 자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딸기 케이크를 선물받았다. 케이크에는 한글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 축하 드립니다’란 글귀가 있었다.
양 정상 간 네 번째 정상회담이 도쿄 총리관저에서 진행된 후 열린 오찬에서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을 위해 깜짝 축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시 양 정상 간의 미묘한 긴장감은 물론 최근 정점을 찍고 있는 양국 간 분쟁 상황의 근본 배경으로 ‘첫 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꼽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한 지 불과 두 달 후인 지난 2017년 7월 아베 총리와의 첫 회담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차 만남을 가졌던 두 정상은 박근혜 정부 당시 합의한 ‘12·28 위안부 합의’를 두고 이견 차를 보였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위안부 합의 파기’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단 입장을 내세웠지만, 아베 총리는 우리 정부가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정상 간 대립 각은 두 달 후 열린 두 번째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이어졌다. 양 정상은 2017년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열린 회담 자리에서 여전히 역사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양 정상은 세 번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평창 올림픽에서도 다소 어긋나는 모양새가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개막식에 앞서 리셉션을 주최해 북한을 비롯해 정상급 외빈들을 맞이하는데 주력했는데 당시 아베 총리가 별다른 고지 없이 늦게 도착했다.
양 정상은 이어 열린 회담 자리에서도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아베 총리는 훈련 연기를 할 단계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문 대통령은 ‘우리의 주권의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며 거리를 뒀다.
양 정상의 관계는 이후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채 더욱 악화돼 왔다. 지난해 6월 G20 정상회의에서는 회담조차 하지 않을 만큼 관계는 멀어졌고,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 대통령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를 명확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악화일로를 걷던 양 정상 관계가 최근 양국의 분쟁 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가 전문가들에게서 나온다. 일본 정부는 전날(2일)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을 의결했고, 직후 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강도높은 비판 목소리를 냈다.
지난 3·1 경축사에서 ‘친일잔재 청산’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