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2019.08.03. ©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연이은 군사 행보를 ‘감싸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싱가포르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연이은 군사적 도발이 지난해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북미 관계 개선 합의에는 어긋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할 때 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라며 “(북한의 발사체 발사가) 유엔 결의 위반일 수는 있지만 나를 실망시키지는 않았다”라고 부연했다.
그가 북한의 최근 행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위반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밝힌 것은 오히려 이 같은 의지를 더욱 부각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향후 이번 세 차례의 군사 행동과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도 이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미 대화 재개 시점까지 북한의 도발을 묵인해 주는 셈이다.
한미 군사연습에 대해 반발하던 북한이 미사일과 ‘신형 방사포’ 발사 등의 군사 행보에 대해 남측에게만 비난을 쏟아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자체는 망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다.
일면 북한의 행보를 자제시키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성장 잠재력을 거듭 언급하며 “오직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미국만이 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서둘러 대화에 임해 경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 셈이다.
미국의 이 같은 기조는 이르면 5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군사연습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미는 당초 ‘동맹 19-2’로 알려진 군사연습에 대해 북한이 지난달 16일 한미 공조를 언급하며 반발하자 “이름이 정해진 적이 없다”라며 한 발 뺀 뒤 지금까지 군사연습의 이름과 일정을 확정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군사 행보를 ‘눈감아주며’ 한미 군사연습에 대한 대응으로 갈음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또 이에 대해 북미 간에 진행 중인 물밑 대화를 통해 이에 대해 북한과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으로 인해 북미 대화 재개는 한미 군사연습이 끝난 뒤인 8월 말, 혹은 유엔 총회가 예정된 9월에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 산하의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독일은 북한의 지나날 25일 ‘이스칸데르’ 계열의 미사일 발사 후 즉각 이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안보리 주요 회원국도 최근 비공개회의를 통해 이에 대해 논의했다.
북미 비핵화 대화가 잘 풀릴 경우 이어질 대북 제재 완화 혹은 해제 논의 과정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일치된 합의가 필요한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형국이다.
또 한국 정부의 부담 증가다. 약 열흘 간의 북한의 도발에 강경한 입장을 내고 있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북한이 ‘신형 방사포’라고 주장한 것을 합동참모본부가 ‘탄도 미사일’이라고 분석하며 ‘진실 공방’ 마저 벌어지는 듯하다.
한미 공조 하에 관련 판단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북한의 군사 도발 국면에서는 한국이 채찍을 때리고 미국은 당근을 제시하는 역할로 구분됐다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측에 대해 사실상 대화에서 빠지라는 취지의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상황은 우리 측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