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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의 자치정부 방문, 결속 대신 균열 더 키워

입력 | 2019-08-05 03:00:00

아일랜드 “남-북 통일 국민투표 실시”… 스코틀랜드 “英서 분리독립 추진”
親브렉시트 웨일스 “노딜은 재앙”




“존슨은 영국의 마지막 총리가 될 수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사진)가 지난달 29∼31일 스코틀랜드를 시작으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영국 내 3개 자치정부 방문을 끝내자 현지 언론들이 이렇게 평가했다. 존슨 총리는 10월 31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앞두고 연방의 결속을 다지려 했지만, 오히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로 이뤄진 영국이 ‘공중분해’될 가능성만 더 키웠다는 의미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지난달 31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북아일랜드 5개 정당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후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 메리 루 맥도널드 대표는 “영국이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통일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는 1921년 독립했다. 당시 영국계 신도가 많았던 북아일랜드 6개 주는 영국에 잔류해 지금의 북아일랜드가 됐다. 북아일랜드만 영국에서 유일하게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접해 있어 ‘백스톱’(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간 통행 및 통관 자유를 보장하는 안전장치) 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오랜 난제인 아일랜드 통일 문제까지 다시 부각된 것이다. 아일랜드 통합 찬성자들은 브렉시트를 점점 더 지지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스코틀랜드 역시 29일 방문한 존슨 총리에게 “브렉시트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존슨에게) 스코틀랜드 국민은 자신들의 운명과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에도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반대 55.3%, 찬성 44.7%로 근소한 차로 부결됐다. 스코틀랜드 내부에서는 이미 독립 2차 투표 일정이 검토되고 있다.

유일하게 브렉시트에 찬성해 온 웨일스마저 ‘노딜’만큼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30일 웨일스를 방문해 브렉시트 이후 웨일스 농업이 더 번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반면 마크 드레이크퍼드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은 “일방적인 노딜 브렉시트 추진은 웨일스에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존슨 총리가 ‘영국’의 결속을 바라며 강행한 순방 일정이지만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