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1세대 벤처 메디슨 창업… 협회 세우고 인프라 구축 앞장 벤처업계 “큰 별이 졌다” 애도 잇달아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한전선 연구원을 거쳐 1985년 초음파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벤처기업 메디슨(현 삼성메디슨)을 창업했다. 당시는 벤처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때로, 메디슨은 삼보컴퓨터(현 TG삼보)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 초기 벤처기업으로 꼽힌다.
이후 고인은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전념했다. 1995년 벤처기업협회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전무하다시피 했던 국내 벤처 관련 제도적 인프라 구축도 주도했다. 1996년 미국 나스닥을 본뜬 코스닥 설립과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특별법) 제정은 고인이 이끌던 벤처기업협회의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여 성사된 것이다.
활발히 활동하던 고인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벤처업계에선 잇따른 추도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벤처업계의 큰 별이 졌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 1세대’로 꼽히는 허진호 세마트랜스링크 대표는 “지금 우리의 스타트업계가 누리는 이 모든 인프라가 1990년대 회장님이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기반을 다진 결과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벤처기업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6일 오전 7시. 유족으로는 부인 이사랑 씨와 딸 준희 혜정 다정 씨가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