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中휘장 훼손이어 反中 격화… 5일 노동자-상인-학생 연대파업 中 “국가-민족 존엄에 대한 무례”… 시위대 강경진압 구실 삼을수도 한국인 1명 시위현장서 체포돼
중국 국기 끌어내리는 시위대 홍콩의 일부 시위대가 3일 오후 홍콩 침사추이의 스타페리 부두 게양대에서 끌어내려 바다에 버린 중국 국기 오성홍기(왼쪽 사진). 검은 옷을 입은 한 시위대가 이날 오성홍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4일 중국과 홍콩 매체에 따르면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4명은 3일 오후 5시 40분경 침사추이 스타페리 부두 게양대에 걸려 있던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던졌다. 게양대 아래에는 ‘광복홍콩시대혁명(光復香港時代革命)’이라고 써 홍콩 독립을 주장했다. 시위대는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푸른 깃발을 게양대 바로 옆에서 흔들었다. 스타페리는 홍콩섬과 북부인 침사추이를 오가는 유람선이다. 이 때문에 당시 부두에는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홍콩 시위대는 지난달 21일 중국 정부 연락사무소의 중국 국가 휘장에 날계란을 던졌고 지난달 1일에는 입법회(국회) 건물 외부에 걸려 있던 오성홍기를 끌어내린 뒤 검은색 홍콩 국기를 걸었다. 올해 3월 31일 홍콩인의 중국 송환을 허용하는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한 첫 시위가 일어난 뒤 4개월여 동안 홍콩에서 주말마다 계속되는 시위가 갈수록 홍콩의 중국화를 반대하는 반중(反中) 시위로 격화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는 4일 사설에서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는 일부 폭도”라고 비난했다. 렁춘잉(梁振英) 전 홍콩 행정장관은 오성홍기를 끌어내린 시위대 검거 제보에 100만 홍콩달러(약 1억5000만 원)의 현상금을 걸겠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3일 쇼핑 지역인 몽콕에서 12만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4200명)이 참가한 집회가 4일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홍콩 경찰은 “대규모 과격 시위대가 경찰서 주변에 모여들어 불을 지르고 차량 여러 대를 훼손해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사용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지만 경찰이 있는 곳에 닿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남성(29)이 시위 현장에서 체포됐다. 영사를 파견해 체포된 이 남성과 면회한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4일 오전 2시경 취업비자로 홍콩의 한식당에서 일하는 이 남성이 몽콕에서 체포돼 ‘불법 시위 참가’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5일에는 홍콩 전역에서 20개 분야 1만4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총파업이 예고됐다. SCMP는 “수십 년 만의 최대 규모 파업”이라고 했고 홍콩 밍(明)보는 “노동자 파업, 상인들의 동맹 파업,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같이 이뤄지는 3파업”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