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책 확대에 내년 예산 500兆… 국회-기재부는 非효율 못 걸러내 美 GAO처럼 회계전문가 기용해 곳곳서 새는 예산 확실히 챙겨야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현 정부 출범 이후 재정 지출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내년 예산은 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 증대를 위해 공무원 17만 명 증원을 추진하고, 빈 교실 전등 끄는 사업 등 과거 취로사업 같은 단기 사업 예산도 많이 늘렸다. 각종 복지사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이 확대되고 아동수당, 기초연금도 늘어나고 있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경쟁적으로 복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청년수당, 저소득층 휴가비, 교복, 대학 입학금, 노인 택시비, 농민수당 지원 등이 남발되고 있다. 과거에는 재정 확대에 신중했는데 최근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불황 때 한시적으로 재정 확대를 권고함에 따라 정부는 중요 사업 타당성 검토 축소 등을 통해 재정 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재정 지출이나 공기업 지출은 비효율이 매우 크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를 견제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실례를 보자. 정부 예산은 기획재정부 예산실 직원 100여 명이 수백조 원 예산을 몇 달 만에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각 상임위와 예결위가 정부안을 심의한다. 국회 심의 현실을 보면 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업의 일부 삭감 외에는 정부안이 그대로 의결된다.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예산에 대해 전문성이 없을뿐더러 정보도 부족하고 민원만 제기되는 예산 삭감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지역구 사업의 증액에 중점을 둔다. 예산실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업의 효율성을 열심히 검토하지만 단기간 수많은 사업을 제대로 검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순환보직에 따라 한 담당자가 같은 기관을 1, 2년 편성하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전문성도 떨어진다.
이것을 보완하는 것이 결산이다. 결산은 사후에 집행된 실적을 심사하는 것으로서 예산의 실제 사용 실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 결산 분석을 잘하면 어떤 사업이 필요한 사업인지, 기대한 성과를 내는지, 성과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유용한 정보가 예산실이나 국회 심의 과정에 피드백 되면 대부분의 비효율적 예산 집행은 방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예산 사업이 매년 반복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 신규 사업도 대부분이 과거 사업과 비슷한 유형의 사업이다.
문제는 감사원이 공무원의 불법 부당한 업무 감사에 중점을 둬 재정효율성 심사 분석 기능은 미약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학생보다 교직원이 많은 시골학교, 수입보다 인건비 지출이 많은 철도 역사, 차 몇 대 안 다니는 도로 등은 물품을 몇백만 원 비싸게 구매한 것보다 예산 낭비가 심각한데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500조 예산 중 비효율적인 예산 10%만 절감하면 50조 원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감사원은 사정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감사원장들을 보면 일부 군인 출신을 제외하면 대부분 판사 등 법조인이다. 재경부 장관 출신인 전윤철 전 원장이 예외다.
앞으로 감사원 기능의 중점은 법규위반 단속 등 사정 기능에서 재정 활동의 효율성 평가 분석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무원의 위법 부당한 업무를 감시할 기관은 많지만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평가할 기관은 감사원뿐이다. 따라서 감사원은 맥킨지 같은 컨설팅 회사가 기업 경영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듯이 재정 활동의 비효율성을 찾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우리나라 감사원에 해당하는 미국의 GAO(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는 회계사, 정보기술(IT) 전문가 등을 동원해 국민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 중점 분석 평가하고 있다. 역대 GAO장은 회계사 출신이다. 감사원장은 재정 운용 효율성에 이해도가 높은 경제, 경영인 출신이어야 한다. 또한 특정 정권에 편향되지 않도록 감사원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감사원장 임기도 길어져야 한다. 우리나라(4년)에 비해 미국(15년), 영국(10년), 독일(10년), 일본(7년) 등은 훨씬 길다. 재정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다. 낭비를 막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