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모티브 폭력조직… 中 콜센터-국내 인출책 등 분업 범죄수익 중국 조직원에 수시 보고… 저금리 대출-검찰 사칭 돈 뜯어 2년간 141명 18억6000만원 피해… 한국총책 등 9명 구속-中총책 추적
5일 경찰에 따르면 흑사파 조직원인 중국 총책의 지시를 받고 한국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을 만들어 활동한 11명을 붙잡아 이 중 국내총책 배모 씨(32) 등 9명을 범죄단체 조직과 사기 혐의로 구속시켰다. 이들은 2017년 8월경부터 올해 6월까지 보이스피싱으로 한국인 피해자 141명에게서 18억6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본부 역할을 하는 중국 내 콜센터 관리책과 한국에서의 대량 문자 전송책, 범죄 수익 인출 및 환전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움직였다. 범죄로 챙긴 수익 등은 중국에 있는 흑사파 조직원 2명에게 수시로 보고됐다.
이들은 보이스피싱에 사용할 목적으로 인터넷 전화용 대포폰 250대를 따로 마련했다. 전화를 받는 사람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발신자 번호가 ‘070’으로 표시되는 휴대전화를 170대,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의 대표 전화번호가 표시되는 휴대전화를 80대 준비했다. 중국에 있는 콜센터에서 전화를 걸면 이 인터넷 전화 250대를 거쳐 수신자에게 연결되는 방식이다.
경찰은 올해 2월경 ‘중국에서 온 보이스피싱 조직의 체크카드 모집책이 국내에서 활동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체크카드 모집책은 보이스피싱으로 특정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는 데 필요한 제3자 명의의 카드를 개설하는 역할을 맡았다. 내사를 시작한 경찰은 이들의 통신사실 조회 등을 통해 수사 대상자를 2500명으로 추린 뒤 출입국 기록을 확인해 중국과 한국을 오간 이들로 명단을 좁혔고 마침내 경북 성주와 대전에 설치된 인터넷 전화의 명의자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조직원을 총 20명으로 보고 있다. 이 중 검거된 11명을 제외한 흑사파 조직원인 중국 총책 등 9명은 중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에 있는 피의자들의 소재를 파악한 상태”라며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조만간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흑사파는 중국의 폭력조직 ‘흑사회’의 행동대장이었던 양모 씨가 2001년 7월 부산항을 통해 밀입국한 뒤 2005년 7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에서 중국동포 출신 불법체류자를 모아 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