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국방, 협정 폐기 가능성 첫 시사… “연장 검토했지만 日 신뢰 결여” 趙차관 “여러 상황 고려해 판단”… 정부, 재검토 카드로 美 관여 설득 軍일각 “폐기땐 한국만 고립 우려”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 장관은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검토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우호 동맹국 간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우리 정부도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정경두 “일본과 신뢰 결여돼”
정 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협정 폐기를 주장하는 정의당 김종대 의원에게 “협정을 연장하는 것으로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었는데 최근 일본과 신뢰가 결여됐고 수출 규제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도 연계돼 있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기존 유지 입장에서 폐기 쪽으로의 정책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후 ‘협정 재검토’란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하며 여전히 한일 간 관여에 소극적인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라디오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안보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고 하는데 (오히려 우리가 일본과) 민감한 협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미국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현재로는 협정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러 중요한 상황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이를 감안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군 일각 “협정 폐기 시 한국만 고립될 수 있어”
안보 국회를 표방하는 7월 임시국회에서 이날 처음 열린 국방위에서는 협정 폐기를 두고 여야 간 설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우리의 국방력 향상에 필요한 전략물자도 통제하겠다는 의미이니 협정 폐기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5기, 이지스함 6척, 조기 경보기 17대 등을 갖고 있어 정보 역량이 우수하다”며 “협정이 북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를 공유하자고 시작된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2016년 11월 협정 체결 이후 일본과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해온 국방부의 입장 변화를 두고 군내에선 우려도 나온다. 협정이 파기되면 협정 유지를 고수해온 미국마저 일본 편에 서게 돼 한국만 고립될 수 있다는 것. 군 고위 관계자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정적으로 협정을 건드렸다간 한미동맹까지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