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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조차 열고 싶지 않다”…호텔에서 나홀로 콕! ‘호콕’ 즐기는 2030

입력 | 2019-08-06 15:34:00


“휴가 때는 입조차 열고 싶지 않아서요.”

20대 후반 직장인 김모 씨는 이번 여름 휴가 때 호텔에 홀로 머무는 ‘혼캉스’를 계획하고 있다. 휴가 기간 중 가족이 1박 2일 여행도 제안했지만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그냥 쉬고 싶다”며 거부했다.

최모 씨(33)는 홀로 호텔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나 웹툰을 몰아보는 휴가를 즐기고 있다. 자발적인 고립을 즐기기 위해 3박 4일 동안 호텔에서 나오지 않는 게 목표다.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모 씨(36)도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오로지 혼자 있고 싶었다”며 휴가 중 객실 밖으로도 나가지 않았다. 식사는 모두 룸서비스로 해결했다.



호텔에 홀로 머물며 철저하게 고립된 휴가를 보내는 2030 ‘호콕족’이 늘고 있다. ‘호캉스’는 주로 호텔에서 가족, 친구와 어울리며 수영, 스파를 함께 즐기는 개념인 데 비해 호콕족은 호텔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방에서 아예 나오지 않으며 고립감을 즐긴다.

또한 과거 집에만 머무는 ‘방콕’과 달리 집이라는 일상적 공간에서 오는 근심과 피로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호텔을 택한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휴가로 인한 물리적, 심리적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등 휴가에 대한 고정적 개념도 2030 층에서 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직장인 660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을 설문한 결과, 국내·해외 여행에 이어 계획이 딱히 없다는 ‘휴식(23%)’이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6%포인트 올랐다. 혼자 휴가를 보내겠다는 응답도 지난해보다 2%포인트 오른 14%로 나타났다. 반면 자녀, 부부 동반 휴가 계획은 각각 15%포인트, 10%포인트씩 줄었다.

이는 실제 투숙객의 예약현황에서도 확인된다. 인터파크투어가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호텔 1인 투숙객을 분석한 결과, 지역별로 1인 투숙객은 서울이 32%로 휴가 중 도심에 머무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뒤이어 제주(20%), 부산(10%), 강원(8%), 경기(5%), 인천(3%) 순으로 조사됐다.

파크 하얏트 호텔

1인 투숙객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국 20개 호텔을 보면, 주로 서울, 부산, 경기 등 대도시권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투숙일수는 하루부터 2주 이상의 장기 투숙까지 다양하다. 성비는 여성 50%, 남성 46%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1인 투숙객 증가에 맞춰 호텔업계 패키지 상품도 늘고 있을 정도로 이미 ‘호콕’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휴가를 바로 앞두고 예약하는 경우도 많아 수요는 더 높게 집계될 것”이라고 봤다.

이는 2030 세대의 1인 가구의 증가와 맞물려 ‘여행이 곧 휴가’라는 전통적 휴가 개념이 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직장생활, 인간관계에 따르는 대면소통에 큰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 집도 벗어나 사람들과 만나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심적 휴식을 취함으로써 해방감을 느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호콕은 2030 세대의 혼밥족, 혼행족의 연장선이다.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육체적, 심리적 힐링 등 얻는 게 더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 같은 경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