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들은 밤낮으로 확성기를 동원해 구호를 외친다. 청와대 직원들은 출·퇴근길 잠깐 불편함을 참으며, 또는 그들의 주장을 귓가로 흘리며 지나간다. 몇 시간씩 이어지는 소음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효자동 사람들 몫이다. 집회 천막에서 20m 남짓 떨어진 곳은 주택가다. 청와대 앞에 산다는 이유로 집을 짓고 허는 일도 마음대로 못해도 그동안은 ‘청와대 주민’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제 “청와대가 떠나 달라”고 요구한다.
▷주민 A 씨는 1일 오후 9시 반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는 노조원들에게 항의를 하다 몸싸움을 벌였다. 그 일로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집회 소음 때문에 공황장애를 앓다가 지난달 ‘무분별한 시위를 제지해 달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집 앞에서 밤늦게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과 싸웠다가 수사까지 받게 됐으니 A 씨의 병이 더 깊어질까 걱정이다.
▷효자동 사람들의 평온하게 살 권리는 외지인들의 집회·시위할 권리에 밀려나 법의 보호 밖에 있다. 현행법상 주거지역에서 기준치 이상의 소음을 낼 경우 집회를 금지, 제한할 수 있지만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소음을 측정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주민들은 “집회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우리도 정상적인 생활을 누리게 해 달라”고 호소한다. 남의 권리를 존중해야 자신도 존중받을 수 있음을 망각한 행태, 주택가에서 365일 밤낮으로 확성기를 틀어도 방관하는 법과 공권력의 책임 방기…. 효자동 주민들의 한숨은 부끄러운 한국 사회의 단면이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