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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최후엔 美 자업자득” 보복 시사

입력 | 2019-08-07 03:00:00

[미-중 전방위 충돌]美농산품 구매중단 밝힌뒤 당해
“조작국 기준에 부합하지도 않아”… 한편으론 “환율방어용 채권 발행”
위안화 절상 유도… 전면전 회피




중국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은 6일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런민은행은 “조작국 지정은 미국 재무부가 규정한 조작국 기준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최후에는 (미국의) 자업자득이 될 것”이라며 “미국에 낭떠러지에서 말고삐를 잡아채고(懸崖勒馬·현애늑마) 잘못을 고치기를 권한다”고 주장했다. ‘현애늑마’는 중국이 타국에 강력한 보복을 경고할 때 쓰는 용어다.

런민은행은 “중국은 시장 수요공급을 기초로 바스켓통화 요인에 따라 조절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갖고 있다”며 “위안화 하락은 세계 정세 변화와 무역마찰 격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런민은행은 이날 아침 위안화 고시 환율을 달러당 6.9683위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 10분(현지 시간) 홍콩의 위안화 역외 환율은 달러당 7.07위안 선으로 달러당 7위안을 뜻하는 포치(破七)를 넘어섰다. 위안화 환율은 한때 7.1399위안을 기록해 2010년 홍콩 역외시장 개설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하이(上海) 역내 시장 달러당 위안화 환율도 이날 한때 7.0602위안까지 올랐다.

다만 런민은행은 14일 홍콩에서 환율 방어용 채권인 중앙은행증권 300억 위안어치(약 5조1000억 원)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증권을 발행하면 시중의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해 위안화 가치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중국이 겉으로는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미국과 무조건 전면전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환율조작국 지정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작국 지정 사실은 6일 오전 중국 현지에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날 오후 3시가 넘어서야 공식 반응을 냈다. 관영매체들도 오후부터 미국 비난에 나섰다.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긴급 사설에서 “매우 황당무계하다. 중국이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하락하는 걸 방지할 능력이 있음을 밝힌 것을 미국이 위안화 환율 조작의 증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이 9월부터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고한 데 대한 보복으로 미국 농산품 구매 중단을 밝혔다. 6월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미중 정상이 합의한 무역 휴전이 깨지고 미중 간 관세·환율 전쟁이 전면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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