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린드블럼.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이 후반기에도 거침없는 기세로 투수 4관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다승-평균자책점(ERA)-탈삼진-승률의 4개 부문에서 압도적 1위다. 그 가운데서도 ERA는 마침내 1점대로 진입해 대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린드블럼은 6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7이닝 4안타 무4사구 7삼진 무실점으로 가볍게 시즌 17승(1패)째를 챙겼다. ERA는 2.00에서 1.90으로 끌어내렸고, 삼진은 132개에서 139개로 늘렸다. 승률 또한 0.941에서 0.944로 높였다.
SK 와이번스 앙헬 산체스(14승3패·ERA 2.35)와 김광현(13승3패·ERA 2.58)이 이들 4개 부문에서 2위에 올라있다. 산체스가 다승-ERA-승률(0.824), 김광현이 삼진(131개)에서 린드블럼을 추격 중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다치거나 급격히 난조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린드블럼이 4개 부문 모두에서 시즌 끝까지 1위를 수성할 분위기다.
1점대 ERA는 투수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KBO리그 초창기에는 0점대 ERA를 달성한 전설도 등장했지만, 갈수록 진화하는 현대야구에선 1점대 ERA마저도 쉽지 않다. 린드블럼이 1점대 ERA를 고수한다면 시즌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가중치를 얻을 수 있다.
과거 KBO리그에서 1점대 ERA는 16명이 총 23차례 작성했다. ‘해태왕조’의 수호신이었던 선동열은 한 발 더 나아가 1986년 0.99, 1987년 0.89, 1993년 0.78로 3차례나 0점대 ERA를 찍었다. 1점대 ERA는 ‘식은 죽 먹기’처럼 달성했다. 1985년 1.70, 1988년 1.21, 1989년 1.17, 1990년 1.13, 1991년 1.55 등 5차례의 1점대 ERA도 선동열의 유산이다.
린드블럼이 1점대 ERA에 도달한다면 2010년 한화 이글스 류현진(현 LA 다저스) 이후 9년만이다. 그해 류현진은 ERA 1.82와 함께 16승(4패)으로 다승 2위, 187삼진으로 1위, 승률 0.800으로 2위에 올랐다. 아쉽게도 시즌 최우수선수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 1위를 차지한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에게 돌아갔다.
린드블럼이 1점대 ERA와 더불어 20승까지 거머쥔다면 1997년 쌍방울 레이더스 김현욱을 소환하게 된다. 김현욱은 그해 구원으로만 20승에 1.88의 ERA를 기록했다. 그에 앞서서는 1982년 박철순(OB), 1985년 최동원(롯데), 1986·1989·1990년 선동열이 20승-1점대 이하 ERA로 마운드를 평정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