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씨가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2019.6.12/뉴스1 © News1
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제주 ‘고유정 전 남편 사건’ 관련 경찰수사가 사실상 부실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장보존, 공보규칙 위반 등 미흡했던 사건처리 과정을 따져 박기남 당시 제주 동부경찰서장 등 3명은 감찰을 받게 될 예정이다.
경찰청은 7일 이런 내용의 ‘고유정 전 남편 살인 사건’ 수사 관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청은 박기남 당시 제주동부서장과 같은 경찰서 형사과장, 여성청소년과장 등 3명을 감찰 의뢰할 예정이다. 총경급 감찰이 진행되는 만큼 지방청이 아닌 경찰청 본청에서 담당한다.
우선 진상조사팀은 범행장소인 펜션에 대한 현장보존이 이뤄지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수사관들이 사건 현장 보존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폴리스라인도 설치하지 않는 등 현장 보존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고유정의 현 남편에 의해 발견된 졸피뎀도 당시 수사관들은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수사팀이 고유정 전 남편 강씨가 실종됐다는 신고(5월26일)가 있은 뒤 사건 현장을 찾았지만, 펜션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위치만 확인하고 CCTV 내용을 살피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진상조사팀은 “(수사팀은) CCTV가 한 곳에만 존재하는 게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인근 CCTV를 보고 현장으로 이동하려고 했다는 진술을 했다”며 “다만 CCTV를 보는 순서 등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이 아쉬워 이 부분도 감찰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최초 진술에 속아 시간을 허비했다고 봤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최종목격자(고유정)가 하는 거짓말에 휘둘렸다”며 “더 일찍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고유정 검거장면 촬영영상도 박기남 전 서장이 경찰청, 지방청 에 보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제공 최종결정도 박 전 서장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관련 영상제공은 피의자 인권 문제 때문에 본청, 지방청 등 내부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공보규칙 위반 여부 소지도 있어 이 부분도 감찰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