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성명 통해 "총격 사건, 우리와 무관" 군대서 컴퓨터 기술 익혀 웹호스팅 시작
미국 텍사스 주 엘패소의 총기난사 사건 용의자가 범행 전 성명서를 올렸던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에이트챈(8chan)’의 운영자 짐 왓킨스가 입을 열었다고 7일(현지시간) 가디언, CNN 등이 보도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찬양하며 이민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서슴없이 뱉을 수 있는 공론장, 우리나라로 치면 일간베스트(일베) 격인 공간을 운영했다는 비난이 거세지면서다.
◇“에이트챈, 총격 사건과 관련 없다”
그는 지난 3일 텍사스 엘패소와 4일 오하이오 데이턴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뒤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함께 수사에 도움이 될 방안을 알아내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법을 준수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왓킨스는 신뢰할 수 없는 언론들이 에이트챈을 비하했다며 “우리는 불법적인 발언들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에이트챈에 네트워크 제공 서비스를 제공해 온 ‘클라우드 플레어’가 서비스 제공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겁쟁이”라고 비난했다. 클라우드 플레어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에이트챈은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접속 자체가 원천 차단된 상태다.
무엇보다 왓킨스는 엘패소 총격범과 에이트챈이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왓킨스의 영상이 공개된 후 인스타그램 대변인은 “그의 발언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없다. 용의자의 인스타그램은 1년 넘게 접속된 흔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클라우드 플레어의 최고경영자(CEO)인 매슈 프린스는 “총격범이 사건 발생 전 에이트챈에 성명서를 올린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군 장병, 극우의 확성기가 되다
왓킨스는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사진을 배경으로 이날 동영상 성명을 촬영했다. 중간중간 군 부대의 나팔 소리도 들렸다.
그의 회사 NT 테크놀로지가 영미권 거대 인기 커뮤니티 ‘포챈(4chan)’에 호스팅을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에이트챈이 우파의 놀이터가 된 시점은 2014년, 포챈이 여성 혐오, 이민자 혐오 표현 등에 규제를 가하던 때다. 극우 성향 이용자들은 게시물에 규제가 없는 에이트챈으로 몰려들었다.
왓킨스는 에이트챈을 만든 프로그래머 프레더릭 브레넌과 동업을 제안하고 함께 필리핀으로 이주했다. 해외 서버로 온라인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브레넌은 2016년 에이트챈 운영권을 왓킨스에 넘겼다.
백인 우월주의 인터넷 커뮤니티 ‘스톰프런트(Storm front)’ 등 극우 사용자들이 모이며 에이트챈은 각종 혐오 발언과 외설적 주장이 난무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올해 3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서 반자동 소총으로 50여명을 사망케 한 브렌턴 태런트(28)이 직접 촬영한 사건 당시 동영상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삭제되는 동안 에이트챈에서는 찬양이 이어졌다.
앨패소 사건이 벌어진 이후 사망자가 늘어날 때마다 사용자들은 “고득점을 달성했다”며 칭찬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에이트챈이 “총격범들의 확성기”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레넌은 트위터를 통해 “에이트챈이 사라지면 고통받을 사람은 이곳을 자신의 성명서를 올릴 공론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총격범들과 왓킨스 뿐”이라며 폐쇄를 촉구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