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아프리카TV
아프리카TV에서 1인 방송을 진행하는 브로드캐스팅 쟈키(Broadcasting Jockey)의 약자인 BJ.
빼어난 외모와 매력, 확고한 개성, 재치 있는 화술을 지닌 BJ들은 수천, 수만 명에 달하는 ‘팬(시청자)’들을 몰고 다니며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와 높은 수익을 누리는 것은 물론 적지 않은 사회적 영향력까지 미치고 있다.
아프리카TV BJ들 중에는 전·현직 연예인들도 많다. 연기자로는 강은비, 김성은 등이 있고 가수로는 지오(엠블랙), 엘린(크레용팝), 정혜민(가비엔제이) 등이 BJ로 활동 중이다. 유상무, 김현정, 윤성한, 정만호 등 개그맨들의 방송도 인기다. 최근에는 반대로 아프리카TV BJ로 활동하다 지상파, 케이블TV 등으로 진출하는 사례 역시 급증하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이들이 나왔다. 여섯 명의 인기 여성 BJ들이 뭉쳐 탄생한 걸그룹 ‘바이올렛’. 바이올렛은 BJ들로 구성된 최초의 걸그룹이자, 걸그룹 멤버 전원이 개인방송을 하는 최초의 BJ들이라는 신기록부터 세워놓고 출발했다.
궁금한 것도, 듣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여섯 명의 실시간 방송을 찾아다니며 각개 인터뷰를 할 수는 없는 일. 이들이 서울 합정동 모처에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고는 곧바로 달려갔다.
여섯 명의 바이올렛 멤버들이 주르륵 의자에 앉았다. 나중에 단체 프로필 사진을 보니 같은 순서다. 아마도 방송이나 무대에서도 이 순서대로 자리를 잡을 모양이다.
- 걸그룹 이름이 ‘바이올렛’입니다. 모두 여섯분이신데요. 우선 각자 소개를 좀 부탁드릴까요?
“바이올렛에서 막내를 맡고 있는 유은입니다!”
“메인보컬을 맡고 있는 도연입니다!”
“메인댄서를 맡고 있는 윤경입니다!”
“미소와 에너지를 맡고 있는 여리입니다!”
“바이올렛에서 기럭지를 맡고 있는 다다입니다!”
- 바이올렛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보라색, 그 의미인가요?
“맞아요. 보라색은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색깔이잖아요? 완전히 다른 색깔끼리 만나서 또 다른 예쁜 색깔이 나오는 거죠. 각자 다르게 살아오고, 성격도 다른 우리지만 하나로 합쳐져서 바이올렛이 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윤경)”
- 여섯분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걸그룹이나 결성해볼까” 해서 뚝딱 하고 바이올렛이 탄생한 것은 아니지 않나요. ‘댄서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프리카TV에서 BJ들을 대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게 ‘댄서 프로젝트’였어요. 3기까지 열렸죠.(구슬)”
“시즌2, 3의 입상자들만 추려서 ‘댄서 프로젝트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베오베)’를 치렀는데요, 공교롭게도 시즌 2 때 친구들만 모이게 됐어요.(윤경)”
“우리 모두 2기 때 라이벌들이었죠. 하하.(구슬)”
- 모두 라이벌들이셨으면, 혹시 지금도 경쟁심이나 앙금 같은 게 남아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혀 없어요!!(모두)”
아프리카TV는 지난 6월 ‘댄서 프로젝트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통해 아프리카TV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6명을 최종 선발했다. 인기 BJ인 멤버 6명의 애청자 수를 모두 합하면 23만 명에 이른다. 아이돌 그룹의 생방송 팬 소통 채널로 잘 알려진 네이버 브이 라이브 팔로워 수와 비교했을 때 공중파 가요프로그램 톱10 안에 드는 2~5년차 여자 아이돌 그룹을 넘어서는 수치다. 바이올렛은 공식 데뷔(9월 예정) 전부터 이미 두터운 팬 층을 깔아 놓고 출발하는 셈이다.
- 오디션 얘기가 나온 김에. 오디션 참가 마감을 코앞에 두고 신청을 했다가 덜컥 최종 멤버로 선발되신 분이 계시다면서요.
“접니다, 흐흐.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들었거든요. 전 바이올렛 멤버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편이고(웃음). 고민을 하다가 지원을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느니 도전이나 해보고 후회하자 하고 마음을 먹게 됐죠. 밤 12시 마감인데 정말 11시 59분 57초에 지원 버튼을 눌렀어요. 그렇게 해서 시즌 2에 합격해 베오베까지 나가게 됐고, 거기서도 마지막 멤버로 뽑히게 됐죠. 시청자 투표로, 극적으로.(다다)”
- 마감 3초 전이라니, 고민을 정말 많이 하셨군요. 설마 결정 장애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시죠?(웃음)
“그렇진 않은데, 이건 정말 고민이 되더라고요. 이 버튼 하나로 제 인생이 바뀔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다다)”
사진제공|아프리카TV
6명의 바이올렛 멤버 중에는 BJ 이전에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예를 들어 구슬과 도연은 이미 연예계 경험이 있다. 구슬은 걸그룹의 멤버였고 도연은 솔로가수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유은은 댄서, 다다는 모델 출신이다.
그렇다면 각자 자신들의 영역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어떻게 아프리카TV BJ라는 일을 하게 됐을까.
“동료 모델들이 BJ를 많이 하고 있었어요. 저도 몇 번인가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BJ를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시작한 지는 1년 좀 넘었는데, 아마 멤버 중 제일 짧지 않을까….(다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는데 지인이 사람들과 소통을 좀 해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그때 BJ를 시작한 거죠. 정말 아무 것도 없이 시작했는데 많이들 봐주시기 시작하니까 책임감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그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도전해본 건데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여리)”
- 그 지인분이 은인이시네요.
“선물을 아주 많이 해줬답니다ㅋㅋ(여리)”
“저는 백제예술대학교를 다녔는데요, 학교가 산골짜기에 있어요.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정말 너무 심심한 거예요. 그래서 아프리카TV 방송을 시작하게 됐죠. 여자 기숙사 안에서 하니까 많은 분들이 신기하게 봐주시더라고요. 제 뒤로 여자 애들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웃음). 중간에 2년 정도 쉬긴 했는데, 벌써 6년이나 되었네요.(윤경)”
“전 연습생 생활을 많이 했어요. (솔로가수로) 데뷔를 했는데 잘 안 됐고… 그러다 보니 저를 봐주시는 시청자 분들이 궁했죠. 제가 할 수 있는 걸 봐주실 분들을 원했는데, 친구에게 얘기를 듣고 BJ를 하게 됐어요. 제가 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 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전 2년 좀 넘었습니다.(도연)”
“저도 도연이랑 비슷해요. 열아홉 살 때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거든요. 회사에 들어가고, 데뷔를 하고. 7년 정도 엔터테인먼트사에 있었어요. 회사가 시키는 거, 회사가 원하는 거 저도 많이 했어요.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니까 좀 자유롭게 제가 원하는 걸 해 보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주변에서 ‘BJ가 딱 네 적성이다’라고 해서…(웃음). 그동안 제가 가진 끼를 많이 분출 못 했는데, 방송하면서 자유롭게 분출할 수 있었죠.(구슬)”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백댄서 생활을 했어요. 가수가 컴백을 하면 한 달 내내 음악방송을 하러 다녔죠. 학교생활도 제대로 못 하고요. 그런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니 몸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버지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봐라’고 하셨죠. 그런데 전 춤추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마침 BJ를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렇게 춤을 추고 싶으면 방송을 켜서 한번 해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죠.(유은)”
- 그 친구분은 지금도 BJ를 하시나요?
“걸그룹 데뷔했다가… 지금 BJ는 안 해요.(유은)”
- 어쩐지 그럴 거 같았습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